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최윤형 교수팀이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활용해 20세 이상 성인 1만 505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대기오염이 청력손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력손실(난청)은 감각계질환 중 가장 유병율이 높은 질환으로 전 세계 인구의 6.1%(약 4억4600만 명)가 청력손실을 갖고 있다고 보고된다. 청력손실은 달팽이관(cochlea) 손상으로 발생한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길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독립성 및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와 소음 노출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 현상과 이어폰 사용이 잦은 우리나라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청력손실 환자는 2012년 276,773명에서 2017년 349,476명으로 5년간 126.3%로 증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미세먼지와 청력손실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밝힌 연구이다.
이는 중요 발병 요인인 나이, 소음노출, 기저질환, 기타 생활습관 및 환경요인 등을 통제했을 때 관찰된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 있다.
최윤형 교수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 같은 대기오염 물질이 체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이 영향으로 달팽이관이 퇴화해 청력손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자연스레 접할 수밖에 없는 대기 물질이 청력손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이(inner ear)의 달팽이관(cochlea)은 듣기를 담당하는 청각기관으로 산화스트레스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이다. 대기오염 노출에 의한 산화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면 달팽이관의 세포 자멸을 이끌며 혈류의 흐름을 줄어들게 한다. 이는 결국 청각 신경전도 속도를 늦추거나 청력 역치를 높이게 되어 청력손실에 이르게 된다.
이 논문은 ‘Long-term Exposure to Ambient Air Pollutants and Hearing Loss in Korean Adults’라는 제목으로 환경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최근 실렸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예방의학과 최윤형 교수·주민재 박사팀의 청력손실 연구시리즈의 일환으로 발표됐으며, 미국 미시간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공동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