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오상용기자]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속에서도 미국이 전략적비축유(SPR)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비축유를 풀어 유가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전세계 전략적석유비축 급증세
17일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01년 9·11 테러의 충격이 있은 후 석유부족 사태에 대비,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석유비축에 나섰고, 이들의 전략적비축유는 14억배럴에 이르고 있다
9.11 테러직후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비축유 최대 용량을 7억배럴로 높이도록 명령, 현재 비축물량은 2002년 9월의 5억9200만 배럴에서 6억5900만 배럴로 늘었다.
이같은 비축수준은 미국 전역에 3개월 동안 하루 44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미 행정부는 내년 여름까지 최대한도치를 채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EA의 26개 회원국의 전략적비축유와 석유상품을 합한 총 석유비축량은 40억배럴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은 자체 비상재고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어 비축유 모으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산일로에 있다.
◇비축유 풀어 유가 잡아라 VS 무슨 말씀
전문가들은 창고에 남아도는 미국의 비축유는 최근 급등하는 유가의 기세를 꺾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유가를 잡기 위해 비축유를 풀었던 적이 있기 때문. 지난 2000년 가을 유가가 배럴당 배럴당 35달러를 웃돌던 시절, 미 행정부는 비축유 3000만배럴을 풀었고 국제유가는 즉시 3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원유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부시정부가 유가 가격안정을 위해 비축유를 풀 것인지, 또 이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미국은 고유가에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낼지 궁금해하고 있다.
휘발유 정유회사인 발레로에너지의 회장 빌 그리헤이는 "미국은 급등하는 유가를 잡기 위해 비축유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OPEC의 공급제한 정책에 본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티그룹의 원유선물 분석가 카일 쿠퍼도 "왜 사람들이 막대한 양의 원유 비축량을 철저히 무시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유가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미국 행정부의 반응은 냉랭하다. 과거 어느때 보다 원유비축량이 많지만, 중동의 테러리즘과 폭력사태가 원유공급 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의 대변인 진 로파토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상 비축유는 비상위기 사태를 위한 것이지 유가 인하용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비축유 증대는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비축유 증대가 유가 상승세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에 대해서도 "비축유 증대에 따른 유가 영향은 미미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이번주 암스텔담에서 열리는 국제에너지포럼(IEF)에 집중되고 있다. 이번 에너지포럼에서 OPEC과 국제에너지기구(IEA) 는 적절한 에너지 수급을 위한 대책과 현 수준의 유가가 적정한지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