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남성 한모씨는 대한극장을 한참 바라보다 이같이 말했다. 충무로 인근을 지나다 극장을 찾은 한씨는 대한극장 내부 곳곳에 눈길을 준 뒤 발걸음을 옮겼다. 한씨는 “여기가 대한민국 영화의 중심지였는데 시대가 지나니 어쩔 수 없나 보다”라며 “벤허부터 시작해서 이곳에서 봤던 영화가 필름처럼 지나간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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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대한극장에 추억을 가진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한극장 내부엔 공사 자재들과 용품들이 쌓여 있었고 지하철역과 연결된 지하 출입구 역시 철창으로 막혀 있었지만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했다.
일부는 문을 닫은 대한극장을 일부러 천천히 둘러보기도 했다. 부산에 돌아가기 전 대한극장에 방문했다는 김모(62)씨는 “학생 때 이곳에서 단체 관람도 하고 데이트도 했던 추억이 있는데 이곳이 사라진다고 해서 귀성하기 전에 찾아왔다”며 “옛날에 종로에 있던 ‘서울극장’이나 ‘단성사’도 참 좋아했는데 하나 둘 사라지니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며 단관 극장들은 인기를 잃기 시작했다. 단성사와 명보극장은 2008년, 서울극장은 2021년 문을 닫았다. 대한극장 역시 수년간 적자가 누적됐고 대한극장 운영사인 세기상사는 지난 4월 “오는 9월 30일 대한극장 영업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극장은 향후 공연장으로 개조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공연인 ‘슬립 노 모어’를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