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말 많은' 서별관청문회가 남긴 것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마지막까지 논란을 빚었던 서별관청문회가 이틀 동안의 일정을 모두 끝마쳤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호된 질타가 이어졌다.

서별관회의를 주도했던 핵심 인물이었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증인 목록에서 제외되고, 그나마 유일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또 부진한 자료 제출로 인해 맹탕 청문회, 허탕 청문회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야권 일각에서는 야3당 합의 대부분을 희생하면서 성사시킨 서별관청문회인만큼 제대로 된 조건을 갖춰서 합의했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그렇다고 이틀동안의 서별관청문회가 말그대로 시간만 낭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폭로와 정쟁이 난무하던 과거의 청문회보다 훨씬 성숙됐다는 평가다.

특히 청와대 낙하산 인사로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관리·감독이 부실해졌으며,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가능성을 감지하고서도 국책은행 부실화를 우려해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국책은행은 리스크 점검 없이 무분별하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확대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서별관회의 회의록을 작성토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도 내놓았다. 아쉬운대로 소기의 성과라면 성과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청문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망하면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이 13조의 부실을 떠안는다’라며 인정했다”면서 “서별관회의 참석자들이 결정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에 방점이 찍혀 있기 보다는 사실상 국책은행의 부실과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실기를 한 뒤 기업부실과 국책은행의 여신확대가 맞물려 이어졌음이 입증됐다”면서 “적어도 앞으로의 구조조정에 있어 군살빼기와 경쟁력 강화 없이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을 하는 것을 막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야당은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원인과 해법을 찾아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같은 다짐이 말로만 그쳐선 안될 것이다. 이번 청문회가 단순히 증인들을 불러놓고 추궁과 질책만 퍼붓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에 뿌듯해 하는 일회성 이벤트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구조조정 등의 명목으로 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국회는 분명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더욱이 이번 청문회는 입법기관인 국회에 장기적인 숙제도 안겼다. 정책금융에 대한 한계와 국책은행 역할 재정비,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독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