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일본 닛산자동차가 강판 공급 부족을 이유로 조업을 일부 중단하고 도요타자동차도 포스코에 강판 조달 SOS를 치면서 자동차 업계에 철강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3인방도 약세를 보이며 이같은 악재를 고스란히 반응하고 있다. 26일 오후 2시46분 현재
현대차(005380)는 파업에 따른 울산공장 조업 중단까지 겹치며 3% 가까이 밀렸고
기아차(000270)와
쌍용차(003620)도 2%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들까지 강판 부족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원가상승 압력은 있겠지만 올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것으로 새로운 악재는 아니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즉, 시장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자동차 개별 문제..파장 미미
중국 원자재 수요 급증으로 전반적으로 철강 수급 구조도 타이트한 상황이지만 닛산자동차 경우는 이같은 상황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개별 기업의 문제라는 해석이 높다.
동원증권 서성문 애널리스트는 "닛산의 경우 지난 90년대 중반 철강 가격 하락을 주도한 적이 있어 철강업체에 밉보인 적이 있었고 도요타는 원자재 공급선을 한국과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송상훈 애널리스트 역시 "강판 부족으로 조업을 중단한 회사가 여럿 있는 것도 아니고 닛산자동차 하나다"라며 "조달사와 철강업체간 관계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동부증권 김종재 애널리스트는 닛산의 경영전략 자충수, 혹은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비롯된 재고관리 착오 발생에 따른 해프닝이라고 결론내렸다.
게다가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강판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인데다 철강업체들이 자국 기업에게 우호적이라 한국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동원증권 서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주에 포스코와 내년 공급물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차가 요청한 양에 10만톤 적은 물량으로 체결됐지만 내년 포스코에서 조달받기 원하는 물량의 8%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정도의 물량이라면 동부제강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로부터 조달할 수 있어 가동 중단까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박영호 애널리스트는 "철강업체들이 자국 공급물량을 위주로 공급계획을 짜고 있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포스코에 물량 확대를 요청한다고 해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 대한 공급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판가격 상승 이미 예견됐던 일
가동중단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해도 원가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건 사실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강판 공급부족 현상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의 연간 강판 매입규모는 매출액의 4.2%, 재료비의 6.9%로 생산원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강판가격 인상은 연초에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대부분의 실적추정치에 반영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원증권 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용 강판 가격은 올해 2월과 4~5월에 걸쳐 톤당 47만원에서 64만까지 무려 36.2%나 인상됐기 때문에 내년 추가적인 인상은 10%선에 머물 것"이라며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해 전년비 30%, 내년에는 8%인상되는 것으로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따른 수익예상 변경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 애널리스트 역시 "하반기부터 철강가격이 본격적인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이미 전망하고 있었다"며 "일본 자동차 업체들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급 호전
이같은 강판 수급 불균형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동원증권 서 애널리스트는 "신일본제철, JFE, POSCO의 정기보수가 겹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것"이라며 "후년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최대 철강 수입국인 중국의 철강 소비증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현재 증설 중인 중국의 설비가 2006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고 현대와 기아의 경우에는 2006년 8월부터 지난 9월에 인수한 당진제철소 B지구에서 자동차용 냉연강판만 연간 120만톤을 조달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박 애널리스트 역시 "전반적으로 중국 요인으로 철강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 이후나 되야 다소 개선 조짐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