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F사무국 유치하고도 제 밥그릇 못챙긴 정부

대리국 지위 몰디브에 뺏겨
GCF사업결정 입지 좁아져
  • 등록 2016-07-03 오후 2:46:22

    수정 2016-07-03 오후 2:46:22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한국이 지난 2012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하고도 제 밥그릇을 못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국 지위를 중국에 내준 데 이어 대리이사국 지위마저도 몰디브에게 뺏긴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기획재정부와 GCF 등에 따르면 한국은 GCF 출범 당시 중국의 대리이사국이었지만, 지난해 10월말 이 지위를 박탈당했다. 대리이사국은 GCF 24개 이사국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공식석상에서 발언권은 없지만, 이사국과 짝을 맺어 긴밀한 협조를 하면서 GCF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앞서 한국은 GCF 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모종의 합의를 했다. 한국이 대규모 국제기구를 최초로 유치하는 성과를 얻은 만큼 동북아시아에서 개도국 몫으로 한자리 밖에 없는 이사국 자리를 중국에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그대신 한국은 중국의 대리이사국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2기 이사국 및 대리이사국을 뽑는 과정에서 기류가 바뀌었다. 국제적 역학 관계에 따라 개도국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 탓이다. GCF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되는 개도국을 돕기 위해 조성된 만큼 한국보다 직접적으로 환경오염 영향을 받고 있는 국가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한국은 GCF 사무국이 국내에 있는 만큼 이사국 지위로 올라서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폴란드, 체코 등 5개과 함께 대리이사국 지위마저 잃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GCF는 세계은행과 달리 지분율이 아닌 1국가 1표 원리로 운영되다보니 몰디브처럼 환경오염에 따라 국가 존폐가 걸린 국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권 들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관심도와 적극성이 떨어진 점도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MB정부는 녹색성장을 내걸며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GCF를 유치해 세계기후협약과 녹생성장을 주도했지만 현 정권에서는 ‘녹색’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GDF 송도 유치 당시 인천시장을 지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정권 들어 녹색성장을 말한 것은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GCF에 무관심했던 결과가 아니겠느냐”면서 “국내에서 사무국을 보유하고도 대리이사 자격조차 없어 실제 GCF의 사업 결정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더욱 좁아졌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대리국 지위에서 내려오긴 했지만, 사무국이 국내에 있는 만큼 관련자를 수시로 만나고, 중국과 여전히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에서 한국의 GCF기금을 두배로 늘리는 등 협조를 지속하고 있어 GCF를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GCF 2기 이사국과 대리국 명단.


용어설명

GCF: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계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되는 개발도상국들을 돕기 위해 만든 기금이다. UN기구처럼 ‘1국가-1표’ 체계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한국은 지난 2012년 GCF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했고 대리국 지위를 얻었지만, 지난해 10월 대리국 지위를 몰디브에 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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