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대선 시계’…이재명 독주 속 대권 잠룡들도 고개[尹 탄핵소추]

헌재, 180일 내 인용 여부 결정
尹 파면 확정시 ‘내년 조기 대선’
野 대선 가도엔 탄력, 與 핸디캡
이재명 독주에 ‘사법 리스크’ 변수
김경수·김동연 등 야권 잠룡 ‘부각’
  • 등록 2024-12-15 오후 5:01:53

    수정 2024-12-15 오후 6:45:03

[이데일리 박민 조용석 김응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차기 대권 구도에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아직 남아 있지만, 길지 않은 시간임을 고려해 ‘조기 대선 시나리오’도 동시에 가동되는 분위기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헌재의 탄핵안 인용 시 내년 4월 ‘벚꽃 대선’이나 5~6월 ‘장미 대선’을 예상하고 있다.

탄핵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야권에서는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가도’ 독주가 유력하다. 다만 이 대표에겐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꼽혀 ‘비명(비이재명)계 3김’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의 잠룡들도 대권 채비가 바빠질 전망이다.

현직 대통령 두 번째 탄핵이라는 핸디캡을 안은 여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유력 주자로 거론된다. 이들은 정권 유지를 위한 보수 재건과 결집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대회에 참석해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尹 탄핵’으로 조기 대선 열리나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안 의결서를 접수받은 헌재는 최장 180일 이내에 심리를 마치고 탄핵안 ‘기각’ 또는 ‘인용’ 최종 판단을 내린다. 역대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정지가 됐던 대통령들은 헌재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100일이 채 걸리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선고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2016년)은 91일 만에 헌재의 결정을 받았다.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하게 된다. 헌재의 인용 가정 하에 2개월 내 선고 시 4월, 3~4개월 이후 선고 시 5~6월, 180일을 다 채우고 선고할 경우 7~8월 대선이 예상된다. 다만 국정 공백 등을 고려해 헌재가 선고 기한보다 빠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선 보고 있다.

현재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보이며 탄핵 가결을 이끌어냈다는 평가와 함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대권 선호도 조사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는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대북송금·대장동 개발·위례신도시 개발·백현동 개발·성남FC 후원금·경기도법인카드 유용 등 8개 사건 12개 혐의로 5개의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중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 있지만, 최종 판결도 1심과 같다면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정치계 한 원로는 “헌재 결정 이전에 2심 재판에서 이 대표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결과가 나오면 3심의 판결도 뒤집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민주당의 대선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 2, 3심 모두 일관되게 유죄를 받은 사례도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심리적으로 쫓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독주 체제가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비명(비이재명)계 3김(김동연·김경수·김부겸)’도 대권 주자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독일에 머물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하게 귀국한 김경수 전 지사는 ‘친노(노무현)·친문(문재인) 적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비명계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운데)가 5일 오후 급거 귀국해 국회를 방문,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시 체포 및 격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싸늘한 민심에 ‘대선 가시밭길’ 예상

여권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민심이 싸늘한 상황인 만큼 차기 대선에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특히 비상계엄 당일부터 탄핵안 표결까지 당 지도부 내에서도 갈등이 계속되면서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위기를 수습해야 할 지도부도 리더십 붕괴에 처해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그나마 한동훈 대표가 여론조사 등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권주자로 꼽힌다. 지난 7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62.8%를 득표했고, 최근 대권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여권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다만 탄핵에 공개적으로 찬성한 한 대표가 보수층 일각의 반감을 극복하고 이들을 끌어안아 중도 확장성을 보일지 여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탄핵 정국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내온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류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항마’로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오 시장은 애초 탄핵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막판에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탄핵에 반대하던 홍 시장은 탄핵에 찬성한 한 대표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며 보수층 결집에 나선 모습이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를 꾸준히 비판해 온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그리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내세워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북부역세권 부지에서 열린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13일 오전 대구 서구 서대구역에서 열린 ‘대경선 광역철도 개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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