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금리인하를 시작, 당시 5.25%였던 기준금리를 4개월 동안 3.25%포인트 끌어내린 것이다.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도 있었지만, 한은이 전월과 같이 0.5%포인트 낮춘 것은 그만큼 경기하강 속도가 가파르다는 인식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성태 총재 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최근 국내 경기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한층 더 위축되고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하강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경제 침체 심화 및 신용경색 지속 가능성 등으로 향후 성장의 하향위험도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한은 집행부가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향후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성장세 급락과 내수침체 등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전망한 것에 비해 위기감 표현 수위가 한층 높았다.
이에 따라 금리를 내려도 돈이 잘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가 위축되는 정도를 보면 일단 0.5%포인트 인하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침체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내수부진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얼어붙는 속도도 빠르다.
그동안 내수의 빈자리를 메꿔줬던 수출은 더욱 심각하다. 1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비 33% 급감했다. 정부가 월별 수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7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한은 집행부는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출도 해외수요의 급격한 위축 등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생산면에서도 제조업의 감산이 크게 확대되고 서비스업도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고용대란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일자리가 10만3000개 사라지면서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 9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소비가 줄고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작년 4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전기비 -5.6%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역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올해 성장전망도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한편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2%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앞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주가 등 가격변수가 대체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신용위험을 우려한 금융기관의 보수적 자금운용으로 기업이 자금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락하는 경기를 보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해야 하지만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돈맥경화`가 좀 풀리긴 했지만 우량 회사채 이하는 아직 한겨울이다. 은행들은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출을 꺼리고 있고 한은이 푼 돈은 은행권에서만 맴돌고 있다.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보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 속도를 줄이는 대신 유동성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에 대해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통화완화책을 지속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