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물가보다는 경기를 우선시했다

경기수축시 금리인하폭이 경기확장기 금리인상폭보다 커
  • 등록 2006-06-30 오후 1:41:53

    수정 2006-06-30 오후 1:41:53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물가보다는 경기를 더 신경 쓴다는 세간의 믿음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행의 내부 분석 결과에서도 그간의 통화정책이 금리인하에는 적극적이고 금리인상에는 오히려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금리목표가 공표되기 시작한 지난 99년부터 2004년까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비대칭적인 행태를 보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수축기에서 콜금리 인하폭은 경기확장기 금리인상폭보다 더 컸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높을 때보다는 낮을 때 콜금리를 조정하는 폭이 더 컸다.

권영선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정책총괄팀 과장은 "이렇게 비대칭적인 금리정책운용행태를 보인 배경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연이은 금융불안(대우사태, 가계 신용대란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물가상황만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여지가 크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경기가 둔화되고 물가부담이 적을 때는 금리를 상대적으로 크게 인하한 반면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부담이 커져도 금융불안 해소 등을 위해 금리인상폭을 상대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물가보다 경기를 더 생각하는 통화정책은 2001년에 더욱 두드러졌다. 연간 소비자물가가 4.1%에 달하고 근원소비자물가도 3.6%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2월, 7월, 8월, 9월 네 차례에 걸쳐 연초 5.25%였던 콜금리를 4.00%(9월엔 미국 9.11사태로 0.5%포인트 대폭 인하)까지 끌어내렸던 것.

2002년 3월 발간된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는 2001년이 경기둔화 방지와 물가안정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물가가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렸다며 이를 `유연한 물가안정목표제`의 특징으로 설명하고 있다.

권 과장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나라 중앙은행들 역시 경기와 물가상황에 대해 비대칭적인 행태를 보인다"며 "금리정책이 비대칭적인 이유가 필립스곡선이 비선형이기 때문인지, 정책당국자들이 물가목표범위를 관대하게 적용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실업률이나 잠재성장률 추정이 불확실해서인지 추가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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