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결핵균이 우리 체내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결핵균은 1882년 로버트 코흐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기원전 7000년경 석기시대 화석에서도 감염 흔적이 발견될 만큼 결핵균의 역사는 유구하다. 결핵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고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질환으로 꼽히는 이유다.
김주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증식하고 건강한 폐를 손상시킨다”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주로 영양과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발병한다고 해서 흔히 ‘후진국병’이라 불린다”고 했다.
◇OECD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 ‘불명예’
올해 3월 발표된 ‘2019년 국내 결핵환자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9년 신규 결핵환자는 2만3821명으로 전년 2만6433명 대비 9.9%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36개 회원국 가운데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로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10년간 매년 약 3만3000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했다. 매일 약 90명이 결핵에 감염된 셈이다. 국내 결핵 발생의 특징은 노인 결핵환자의 증가에 있다. 실제 전체 결핵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7.1%로 전년 45.5% 대비 증가했다.
김주상 교수는 “노인 결핵환자의 2/3 이상은 과거에 감염된 잠복결핵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주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결핵은 전염력이 강하고 서서히 폐를 망가뜨리는 만큼 조기 발견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했다.
◇활동성 결핵환자 1명이 접촉자 30~50% 감염시켜
결핵은 전염성 있는 결핵환자가 기침을 하면 비말(침방울)을 통해 결핵균이 공기 중에 나오고, 공기 내 떠다니던 결핵균을 다른 사람들이 흡입하면 감염되는 공기 감영병이다. 직접접촉이나 비말로 감염되는 코로나19와는 다르다.
활동성 결핵환자 1명이 증상 발생 후 진단 전까지 약 200여 명 이상을 접촉하는데 이 중 30~50%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결핵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 감염 후 신체 면역력이나 저항력이 약해지면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해 발병한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약 90%는 평생 발병하지 않는다. 나머지 약 10% 중 절반 정도는 1~2년 내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상이 지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최근에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등 면역기능이 약한 사람은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확률이 약 20배 이상 높아지기도 한다.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 ‘의심’… 확진 시 빠른 치료 필요
결핵은 공기감염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호흡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형태는 기침이다. 사실 기침은 감기, 천식, 비염, 폐렴, 폐암 등 너무나 다양한 질환의 첫 증상이다. 그러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단순 감기가 아니라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이나 흉통, 호흡곤란, 가슴통증, 무력감 또는 피곤함, 미열·오한 등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식은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균은 호흡기 외에도 다양한 장기에 침범해 증상을 일으킨다. 가장 흔한 것이 ‘가슴막 결핵’으로 흉통과 호흡곤란, 마른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쇄골 부위 임파선을 침투해 목 부위가 부어오르고 통증이 발생하는 ‘림프샘 결핵’, 설사나 혈변을 호소하는 ‘장 결핵’, 두통이나 경련을 일으키는 ‘결핵성 뇌수막염’,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결핵성 심낭막염’ 등이 있다.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6개월에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꾸준한 약물 복용이 중요하다. 김주상 교수는 “검사를 통해 결핵균이 확인되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혈액검사 후 결핵 표준치료를 시작한다”며 “일부 환자에서는 초기 검사 결과로 알기 어렵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나 기관지 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결핵은 어떤 경우에도 빠른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음·피로 피하고 적절한 운동 필요… 마스크 사용 중요
결핵은 코로나19와 달리 접촉이 아닌 공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진단 전까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 결핵균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스크는 KF80 이상의 고성능 마스크가 아닌 일반 보건용 마스크 정도로도 공기 중 전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을 대하는 직장인은 가능한 고성능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장시간 고성능 마스크를 오래 사용하기 힘들다면 적절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거나 환풍기 등 통해 실내공기를 순환시키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보건당국에서는 활동성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접촉자 조사를 통해 잠복결핵감염을 확인하고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하고 있다. 이때 정부와 의료기관의 권고대로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충실히 따라야 한다.
김 교수는 “결핵은 감염력이 높지만 매우 느리게 진행하고, 감염됐다 하더라도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발생 유무가 결정된다”며 “평소 적절한 운동을 유지하고 과음이나 과도한 업무로 인해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평소 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