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께 ‘된장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웬만한 한끼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박씨처럼 매일 즐겨마시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여성 비하 논란에도 이 단어가 널리 통용된 데에는 경제력이 없으면서도 정작 비싼 커피에 열광하는 소비행위에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비싸다” “카페인이 많다” 등의 논란 속에서도 매일 커피 한 잔씩 마실 정도로 ‘국민음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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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커피가 대중에게 소개된 것은 1945년~50년대 미군 PX를 통해서다. 이후 동서식품이 누구나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믹스를 생산하면서 대중화됐다. 대학가에서는 전문다방들이 하나둘 생겨났고, 1999년 스타벅스가 이화여대 근처에 1호점을 내면서 에스프레소 전문점들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대기업 김과장부터 영업부 이대리, 치킨집 박사장도 하루를 모닝커피로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인스턴트커피와 자판기 커피가 성공한 이유로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꼽는다. 개인주의성향이나 한국인들의 이 같은 습성은 테이크아웃 커피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커피 수입액은 7억달러로 5년새 3배나 늘었다. 물량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9만1000t에서 13만t으로 43.8% 늘었다.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성인 1명당 338잔에 달했다. 5년 전에 비해 1인당 91잔을 더, 국민이 거의 매일 1잔꼴로 커피를 마신 셈이다.
실제로 시장 규모도 몰라보게 커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1년 기준 커피믹스 1조1000억원, 커피음료 8700억원, 커피전문점 2조4000억원 등 4조37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인의 커피 입맛이 바뀌었다. 요즘엔 원두의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카노’가 대세다. 전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커피도 단연 아메리카노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2011년 국내 판매량을 보면 아메리카노가 총 2000만잔이 판매돼 2007년부터 5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이어 카페라테(1350만잔), 단맛이 강한 캐러멜 마키아토(525만잔), 카페모카(385만잔) 순으로 많이 팔렸다. 아메리카노가 다른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적고 칼로리가 낮은 데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타벅스 측은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카페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커피믹스에서 점점 더 원료에 충실한 맛, 고급 원두커피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소비량만 놓고 보면 여전히 커피믹스 제품이 전체 국내 시장의 64.2%(지난해 기준)를 차지하지만 변화조짐이 보인다. 동서식품에 따르면 원두커피 소비는 2006∼2011년 연평균 19.2%씩 늘었다. 반면 커피믹스 판매량은 올 들어 36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프랜차이즈도 미국식→유럽풍→맞춤형=사무실 근처부터 시작된 커피냄새가 이제는 동네 골목까지 진하게 풍긴다. 커피 공화국이라 할 만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지난해 말 1만2382개에 달했다. 2006년 1254개이던 것이 5년만에 10배가 는 셈이다.
처음엔 일반 커피만 파는 미국식 전문점이 대거 생겨나더니 카페베네처럼 과일음료부터 샌드위치, 셀러드 등의 다양한 디저트류를 파는 유럽식 전문점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직접 커피를 볶아 내려주는 로스터리 카페나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려먹는 드립방식의 전문점이 인기다. 드립커피는 미세한 맛의 차이를 내기 때문에 마니아층이 즐겨 마신다.
드롭커피를 즐겨마시는 이인화(36·남)씨는 “똑 같은 방식으로 내려도 날씨나 내리는 사람의 컨디션에 따라 늘 미묘하게 맛이 달라지는 게 커피”라며 “커피 취향과 입맛이 고급화된 만큼 비싸도 품질 좋은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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