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유통기업은 동반자”…은행, 임베디드금융 경쟁 본격화

“이제는 적 아닌 동반자” 타업종에 손 내미는 銀
국민銀, 부서 나눠 영업 강화 ‘메가파트너’ 제휴
농협銀, 임베디드금융국·팀 신설해 BaaS 추진
'인뱅에 뺏긴' 30대 이하 유입·틈새시장 진출
기존 기업과 제휴 강화해 'B2B2C'로 확장
  • 등록 2025-01-12 오후 5:21:59

    수정 2025-01-12 오후 7:11:00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은행권이 올해 임베디드금융(비금융 플랫폼에 금융기능 탑재) 조직·인력을 확충하면서 비금융 업종과 적극적인 협력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빅테크·유통·제조기업 등 비금융 기업을 ‘사업 동반자’라고 보고 은행의 고객기반을 넓힐 활로로 삼는 것이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로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은행이 비금융 업체를 연결고리로 제휴처 고객을 은행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임베디드금융 조직 키워 ‘B2B2C’ 속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들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임베디드금융 조직을 확대해 적극적 제휴를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지난해 삼성금융네트웍스 모니모, 스타벅스와 제휴를 통해 ‘업계 1등과의 협업’에 나선 KB국민은행은 기업고객그룹 내 임베디드영업본부를 영업1·2부로 나누어 영업력을 강화키로 했다. 스타뱅킹영업부에서 일부 가지고 있었던 임베디드금융 업무도 임베디드영업본부로 일원화했다.

국민은행의 임베디드금융 키워드는 제휴처를 통한 비대면 영업 활성화다. 수백만명의 월간활성화사용자(MAU)를 확보한 삼성 모니모, 스타벅스 앱에 국민은행 계좌 개설·결제 기능 등을 넣어 자연스레 신규 고객을 비대면 채널로 유입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올해 안에 삼성 모니모, 스타벅스와 연계한 특화 상품을 잇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각 사의 고객 특성에 맞는 금융상품을 제공해 제휴사의 고객을 국민은행의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기존 기업고객과의 단단한 네크워크를 강화해 ‘B2B2C(기업-기업-개인)’ 사업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펌뱅킹 등 기업자금관리 서비스를 담당하던 조직에 신규 인력을 충원해 특화 상품을 기획 중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BaaS(뱅킹 서비스 탑재), PaaS(플랫폼 제공)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객 확대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영업추진4그룹을 대신해 플랫폼 비즈 중심 조직인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을 신설했다. 그룹 내 플랫폼영업부를 중심으로 새 고객을 유입한다.

특히 신한은행은 공급망금융(SCF)을 통해 B2B2C 사업을 강화한다. 일례로 공급망금융 협약을 맺은 현대제철에 지난해 11월부터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시행했다. 현대제철의 온라인 철강 판매 플랫폼 ‘에이치코어 스토어’에 입점한 중소기업들에 전자방식으로 대출하는 것이다. 현대제철 중소 협력업체도 신한은행의 고객이 돼 새 기업거래를 유치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스포츠 분야에서 KBO, 리테일에선 다이소 등 제휴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을 확대한다. 신한은행 계좌로 연결된 토스페이로 한화이글스·SSG랜더스에서 결제 시 할인 혜택을 주고 ‘월간 다이소’를 통해 다이소 고객들이 입출금 계좌를 만들면 멤버십 포인트 등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 말 신사업제휴추진부와 혁신기술플랫폼부를 신사업제휴부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최근 토스 앱에서 미성년 자녀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를 개설·관리할 수 있는 제휴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은 기업디지털플랫폼부 안에 임베디드금융국, 임베디드금융팀을 신설했다.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외부기업과 제휴를 통해 BaaS, 특화사업모델을 발굴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3년부터 당근·당근페이, 쿠팡, 이디야커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과 협업을 통해 고객기반을 넓히고 있다.

임베디드 금융 형태(자료=맥킨지 앤드 컴퍼니, 하나금융연구소)
“플랫폼은 사업동반자”…MZ세대·니치마켓 공략

최근 각 금융지주·은행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영업전략에서 ‘임베디드금융’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타업종, 빅테크, 플랫폼 기업은 더는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라며 “공동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신년사에서 강조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연결과 확장’을 강조하며 디지털사업·영업력 강화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빅테크·플랫폼 기업의 금융업 진출에 이들을 ‘잠재 경쟁자’로 생각해왔던 은행권이 ‘사업 동반자’로 인식을 전환한 건 포화상태인 시장 파이를 키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으로 30대 이하 신규고객을 유입하기 쉽지 않은데 이러한 정체기를 타개할 수 있다.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디지털 물류회사, 문화예술 기업과 제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무역금융·문화예술 틈새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SMFG는 비금융자회사를 설립해 데이터관리·인사·마케팅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비금융자회사를 또 다른 기업에 연결해 디지털 전환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국내 금융사가 수출입금융플랫폼 등 비금융서비스까지 고도화해서 복합적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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