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쌓여 만든 공포
우리는 항상 ‘불안이’를 키우며 산다. 길을 가다 사고가 나지 않을까, 갑자기 큰 병에 걸리지 않을까,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을까…. 개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다. 개인이 모여 형성한 집단들은 여러 감정 중 유난히 ‘불안이’가 커지면 현실을 제대로 못 본채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하곤 한다.
경제 상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가 지난 8월5일 글로벌 증시를 침체의 늪으로 빠트린 ‘블랙 먼데이’ 사태다. 미국의 나빠진 7월달 고용지표 하나에 ‘경기침체’를 속단하는 불안한 전망이 잇따랐고,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투자시장에 투입돼 있는 엔캐리트레이드(이자가 싼 엔화를 빌려 고금리 상품에 투자한 뒤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란 불안까지 가중되면서 증시는 나락에 빠졌다.
며칠 만에 증시는 ‘경기침체는 기우였다’는 분석과 함께 제자리를 찾고 있지만, 사람들 마음속 ‘불안이’ 비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도, 그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비태세 갖추는 기회로 삼아야
실제 역사를 되돌아보면 금융시장에 위기가 온 후 대비태세를 갖춰 새로운 발전을 꾀한 사례도 많다. 일례로 1974년 독일의 헤르슈타트 은행 도산 사태는 국경간 대출에 위기를 초래했으나, 이는 세계 금융 시스템 모니터링에 있어 획기적인 순간이 됐다. 3년 후 국제결제은행(BIS)은 국가 당국의 데이터를 사용해 주요 상업 대출 기관의 익스포저에 대한 정기적인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국내 증시에 유입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이를 파악하고, 대비책을 세운다면 청산 이슈가 다시 와도 공포를 잠재울 수 있다.
“우리 모두 임무가 있잖아. 난 안 보이는 무서운 것들에 대비해. 미래를 계획한다고.” 영화 속 ‘불안이’는 라일리를, 관객을, 아니 모든 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