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세제 개정에 따른 실무지침이 한달 전에서야 확정된데다 일부 업무요건은 최근까지도 계속 변경돼 판매사들이 세제개편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이에 따라 펀드 환매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세제개정 시스템 구축 아직 멀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 펀드 세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이에 따른 판매사들의 전산구축률은 60~70%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는 대형사들의 상황이다. 인프라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의 경우 절반에도 못 미친 경우가 태반이다. 지방은행의 경우 실무지침을 전달받고서야 구축에 나서 겨우 10% 정도 진척된 곳도 있다.
이처럼 시스템 구축이 더딘 것은 이번 세제 개정안이 기존 시스템의 대부분을 뜯어고쳐야 하는 대규모 공사인데다, 금융투자협회의 실무지침 자체가 너무 늦게 확정된 탓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펀드 관련 제도가 바뀔때마다 전산 시스템도 뜯어고쳐왔지만 이번이 그중 가장 방대한 작업"이라며 "과거 20가지 케이스 정도를 계산했던 것에 비해 이번엔 60가지 이상의 산식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테스트도 많이 해봐야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환매시점의 과표기준가가 투자를 시작할 때보다 낮으면 손실을 반영해주지 않고 제로로 처리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손실이 났는데도 세금을 내야 했다.
따라서 펀드 투자자들의 부담은 줄어들게 되지만 손익 통산과 과표 유보로 펀드 과표기준가 계산은 훨씬 복잡해졌다. 따라서 적어도 9~10개월의 시간을 갖고 시나리오별로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 시스템을 오픈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 한달전에 실무지침 배포..`준비기간 촉박`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이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지난 3월12일이다. 이후 지난 5월7일 재정부와 국세청, 금융투자협회가 세부사항을 확정해 세법설명회를 개최했고, 금투협이 이에 따른 실무지침을 배포한 것은 이달 초다.
특히 과표기준가가 1000원 미만일 경우 조정할 것인지 다음 결산때까지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를 이번주에 결정하는 등 일부 업무요건은 최근까지도 확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250조원 가량 되는 펀드 산업이 밀어부치기식 탁상행정에 흔들릴 수 있다"며 "시스템을 구축해도 여러가지 테스트를 통해 오류를 잡아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판매사들은 펀드 환매시 좀더 계산이 복잡한 금액기준 환매는 일단 막고, 단순한 좌수기준 환매만 우선 시행할 방침이다.
◇일단 강행..펀드 대란 우려
일단 정부나 금투협은 일단 시행하고 시스템 미비로 인한 오류는 사후 정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에 시행시기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려면 국무회의를 다시 거쳐야 한다"며 "일단 날짜를 못 맞출 경우 종전 방식대로 원천징수하고 이후 조정징수나 환급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 자체가 방대해 오류가 어느정도로 발생할지 알 수 없고, 조정해서 환급하거나 징수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만약 펀드를 환매했는데 금액이 잘못 지급될 경우 이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만 한달이 걸린다"며 "게다가 더 걷은 것을 돌려주는 것은 무리없지만 더 준 것을 추징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위해 좋은 취지로 도입한 것인 만큼 초기 혼선이 없도록 충분한 준비와 테스트를 거쳐서 오픈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거의 펀드 환매 대란, 혹은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