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미~ 여긴 뭐 이렇게 공짜음식이 많아?

천원짜리 한장으로 두세가지를 먹을 수 있다니
  • 등록 2009-07-02 오전 11:33:12

    수정 2009-07-02 오전 11:33:12

[오마이뉴스 제공]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딸기가 울고, 딸기를 먹으면 아이스크림이 우네. 얘들아 미안해~."

TV에서 한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 밥도 먹고 싶은데, 간단한 군것질로 배를 채우고 싶기도 하고, 혼자 있는데 밥을 먹자니 그렇고, 안 먹자니 또 섭섭할 때? 노량진 학원가로 오면 다 된다.

흔히 노량진 하면 수산시장만 떠올리기 마련이다. 노량진에는 수산시장의 신선한 횟감 외에도 먹을 것이 많다. 싸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입소문 킬러'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종 학원들이 몰려 있는 탓에 학생들이 많고, 그만큼 싸고 맛있는 음식들이 몰려있는 곳이 노량진이다.

와플이 공짜라고? 노량진은 '서비스 천국'

▲ 팬케이크를 먹으면 콜라가 서비스로 따라온다. 노량진은 '서비스 천국'이다. ⓒ 이유하

노량진 근처에 사는 나는 '마실' 겸 슬슬 걸어서 노량진역 주변으로 향했다. 간단히 '아점'(요즘엔 '브런치'란 말도 쓰던데…)으로 배를 채운 터라 일단 1000원짜리 즉석 오뎅을 하나 사서 베어 물었다. 따끈따끈한 오뎅 속에 쫀득한 치즈… 아 행복하다.

순식간에 먹어 버리느라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투덜거리면서 걸어가는데 몇 분쯤 걸었을까, 눈앞에 보이는 또 다른 즉석 오뎅집. 어라? 여긴 똑같은 1000원에 복숭아 음료수(흔히 '쿨피O'라고 한다, 간접 광고 주의!) 한 컵이 공짜 아냐? 그런 거다. 노량진역으로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뭔가 다르다'.

맨 처음 발견한 건, '1500원 커피 주문 시 와플 서비스'. 이건 또 뭐란 말인가. 왠지 와플이 먹고 싶어서 커피를 마실 것 같은 '시추에이션'이다. 그럼 도대체 1500원짜리 커피가 메인일까, 와플이 메인일까?

노량진 역 맞은편으로 '주욱' 늘어선 노점상들은 일단 '통'부터 다르다. 종류도 다양, 입맛대로 골라 골라~ 무조건 1000원!

핫도그, 소시지, 삶은 옥수수, 피자, 팬케이크, 닭 강정, 불고기 햄버거 등 다양한 메뉴는 물론이거니와 거기에 콜라 한 잔은 공짜! 턱턱 막히는 목을 시원하게 뚫어줄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노량진 길거리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바로 '서비스'다. 커피 사면 와플이 서비스고, 햄버거나 팬케이크 등을 먹으면 기본적으로 음료수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편의점만 가도 간식거리 같은 음식보다 음료가 더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노량진에선 이 비싼 음료 값이 굳는다.

콜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소시지 팬케이크를 하나 집어 들었다. '팬케이크 실력자'인 아주머니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팬케이크 반죽을 굽고 그 위에 채소 샐러드에 소시지까지 곁들인다. 나름 영양만점(?) 한 끼 식사가 아닐 수 없다.

아주머니는 인기에 편승해 우수죽순 생겨나는 '짝퉁' 노점상들이 불만이란다. 예전엔 체인점을 내기도 했는데 요샌 경기가 힘들어서 그것마저 여의치 않단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정성이 더 큰 탓이었다. 그래도 우리 가게만의 '이 맛'은 아무도 못 따라 올 거라며 목소리에 자신감을 실었다. '고럼요~ 아주머니, 이 집에 젤로 맛있어요.'
 
▲ 헉! 오뎅이 100원이다! 노량진역 앞 거리. ⓒ 이유하


노량진 길 음식의 '본좌' 주먹밥... "뭐가 제일 맛있어요?"

후식으로 600원짜리 일반 와플을 먹을까. 700원짜리 아이스크림 와플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불러온 배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었다. 고개를 돌리는 데 이번엔 100원, 200원, 300원짜리 오뎅의 공격!

뜨끈뜨끈한 오뎅들이 오소소 둘러앉아서 온천욕을 하고 있는데 그 풍미가 대단했다. 100원이라니 100원! 허나 이미 불러버린 내 배는 오뎅으로도 유혹당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량진의 노점상 먹거리의 '본좌'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주먹밥!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간편하고 속도 든든한 주먹밥이 단연 일품! 단돈 1000원이다. 돼지불고기, 크래미(게살), 닭갈비, 햄 볶음, 치즈 참치, 김치 참치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어른 주먹 2개만한 크기라(물론 내 주먹) 삼각김밥처럼 들고 먹는 게 아니라 은박지 위에 올려먹는다. 아주머니가 건네준 은박지를 살포시 편 후, 그 속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주먹밥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방식이다.


▲ 노량진 길거리 음식의 하이라이트는 '주먹밥'이다.  ⓒ 이유하 


역시 한국인은 '밥심'! 내가 본 것 만해도 노량진 주변에는 7개의 주먹밥집이 성업 중이었다.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집까지 합치면 10군데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도 있다. 워낙 종류가 많다보니 뭘 먹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마침 손님이 나 뿐이라서 넌지시 물어봤다. "뭐가 제일 맛있어요?"

의외로 쉽게 답을 얻었다. '고추장 불고기'란다. 이건 정말 '원가장사'라며 오후 3시 정도면 동이 나는 인기메뉴이니 다음엔 꼭 맛보라고 귀띔해줬다. 거기에 시원한 보리차가 공짜!

▲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아메리카노 커피. ⓒ 이유하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한 잔하라며 건넨 시원한 원두커피. 1000원 내고 원두커피까지 먹긴 곤란해, 괜히 옆에 있던 500원짜리 슬러시도 샀다. 아까부터 배는 이미 '빵빵'!

옆에는 주먹밥의 개념을 살짝 뛰어넘은 서서 먹는 메밀국수, 비빔밥 등을 팔고 있었다. 이 정도면 '김OO국'(또 간접 광고 주의!) 아냐?

마지막으로 바리스타 아저씨가 운영한다는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18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앉아서 먹어도 동일한 가격인데, 거기에 원하면 샷 추가도 공짜란다. 오호호 나 완전 단골 될 거야!

그나저나 지나가다보니 '냉면 두 그릇에 5000원', '커피 1+1, 하나 사면 하나 더 드려요' 푯말이 날 또 유혹한다. 이런 건 좀 없어지란 말이야. 난 여기 만날 혼자 다니는데, 욕심스럽게 두 개 다 먹을 순 없잖아. 이거 원 너무 싸도 탈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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