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참여정부 이후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워온 재계와 시민단체가 최근 이례적으로 현 경제정책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고있다.
전경련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전일 "전업카드사 중 1~2개 정도는 퇴출시켰어야 했으며 분식회계 사면론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정부가 카드사 부실을 덮는데만 급급해 좋은 카드회사와 나쁜 카드회사를 가리는 데 실패했으며 분식회계 사면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재계와 시민단체의 시각차는 여전히 깊다. 특히 정부의 역할을 두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재계와 `준법경영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인식 차이는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워보인다.
◇"카드사, 철저한 차별 필요"엔 공감
좌 원장은 "정부는 잘못하는 기업을 잘하게 만들 필요가 없고 잘하는 기업에게 보상을 확실하게 해 주는데 신경써야한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잘못하는 기업도 무조건 안고 가려니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박대통령 시절 연평균 7%대 이상의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수출진흥확대회의 개최를 통해 잘하는 기업에게 대대적인 포상을 해주는 소위 `미인대회`를 매달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별화 메커니즘이 없는 한 경제의 역동성은 보장되지않는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같은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2일 정부의 4.3 카드대책을 비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개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제도 전체를 보호해야지 지불불능 상태에 빠진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해선 안 된다"며 "건전한 금융기관과 부실한 금융기관을 구분하지않아 시장의 자체 정상화를 지연시켰다"고 비판했다.
◇"꼴찌만 가려내자" VS "부실기준부터 마련해야"
좌 원장은 "전업 카드사 9개 중 실적을 비교해보면 누가 1위고 9위인지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겠느냐"며 "꼴찌회사가 퇴출당하면 바로 윗 순위의 회사는 `걸음아 나살려라`하고 문제점 시정에 나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똑같이 과속해도 걸리는 사람이 있고 안 걸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며 "한 두 사람이 걸리면 나머지 사람은 속도를 줄이게 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꼴찌를 가려내는 데만 정부 역할을 집중해야 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카드사중 1~2개를 퇴출시켰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참여연대는 `엄정한 보상과 제재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역할이 보장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적법과 불법의 엄격한 구분, 우량과 부실의 엄격한 구분을 위해 경영정보 공개 및 감독기관의 엄격한 감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대란이나 분식회계 모두 감독기관이 부실경영과 불법경영을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라며 "좌 원장과 같은 재계의 대표자라면 경영성과에 따른 보상과 제재를 언급하기 전에 준법경영 및 이에 대한 감독기관의 철저한 감독이 전제돼야 함을 분명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