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완판. 편의점 CU에서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한 ‘밤 티라미수 컵’ 2만개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흑백요리사에서 “호텔 디저트 같다”, “이건 사기다”라는 평을 받은 바로 그 레시피다. 흑백요리사 프로그램은 종영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이 프로그램 밖으로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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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에 도전하는 흑수저”…인기 비결 짚어보니
9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4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해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1주 전에는 시청 수 490만을, 2주 전에는 380만을 기록해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흑백요리사는 ‘흑수저’ 요리사 80명과 ‘백수저’ 요리사 20명이 경연을 펼쳐 승패를 겨루는 12부작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8일 최후의 1인을 가리며 종영했다. 여경래, 최현석 등 유명 셰프들이 참여하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안성재 모수 서울 셰프가 심사위원을 맡는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흑수저 셰프들이 유명세를 가진 백수저 셰프들과 승부를 펼치고 눈을 가린 채 맛으로만 심사하는 장면 등이 화제가 됐다. 서바이벌 오디션이나 일명 ‘쿡방’으로 불리는 요리 프로그램은 이미 진부한 소재와 포맷이지만 전에 없던 계급 구분과 이를 뛰어넘는 승부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권위의 파괴”라며 “집단주의나 서열문화가 강한 곳일수록 권위 있는 사람, 연장자에 대한 도전과 파괴가 웃음 요소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흑백요리사는 유명한 셰프와 그렇지 않은 셰프를 나눠 오로지 맛과 실력으로만 승부하게 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주는 함의가 크다”며 “시청자들이 언더독(약자)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포맷으로 한층 몰입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흑백요리사는 탈권위주의와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세대는 “고기가 이븐(even·고르게)하게 익지 않았다”, “나야 들기름” 등의 밈을 소비하고 패러디 영상과 같은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출연 셰프들의 식당에도 시청자들이 몰려가면서 이미 몇 달 치 예약을 마감했을 정도다.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첫 방송 이후 일주일(9월 5~11일)간 출연 셰프들의 식당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증가했다. 식당 평균 예약 증가율은 148%, 관심 식당 저장 건수는 1884% 급증했다.
GS25·CU, 협업상품 출시…LG전자 간접광고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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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GS리테일(007070) O4O 부문장은 “흑백요리사 인기로 출연 셰프들의 식당 예약이 어려워졌지만 GS25가 IP 협업을 통해 셰프들의 대표 메뉴를 빠르게 상품화했다”면서 “뜨거워진 미식 열풍에 발맞춰 넷플릭스와 상품을 지속 개발해 새롭고 맛있는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LG전자(066570)도 흑백요리사 흥행의 덕을 보고 있다. 방송 3회에 1대1 흑백요리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스템 얼음정수 냉장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어서다. 해당 제품은 LG전자가 지난 6월 출시한 신제품으로 프로그램 출연 이후 포털사이트 키워드 검색량이 증가하는 등 간접 광고효과를 보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당분간 산업계에 흑백요리사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식품·외식업계 등에서 협업 제품 출시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평론가는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은 승리한 출연자에게만 주목했지만 흑백요리사 시청자들은 흑수저 셰프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요리는 직접 맛보고 체험해야 하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요식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이미 방송에서는 편의점 재료를 활용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며 “편의점과 식품업체에서 방송에 나온 요리를 응용해 상품을 출시하려는 수요가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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