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잠실 롯데월드를 찾은 신모(26)씨는 입구에 마련된 롯데카드 영업부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3만원짜리 자유이용권이 2000원이라니?' 이미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의 50% 할인되는 다른 회사 신용카드가 있었지만 1만3000원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동료와 함께 신용카드 신규 신청서를 작성했다.
카드 즉석발급기가 있는 곳까지 따라가보니 지원자가 줄을 이었다. 30분을 넘게 기다렸지만 그와 친구들은 결국 즉석 발급을 거절당했다. 신용 부족 때문이냐고 되물었지만 롯데카드측은 "당장 발급은 안되지만 며칠후에 우편으로 발송해주겠다"고만 했다.
결국 자유이용권 추가할인은 받지 못하고, 카드 발급도 취소했다.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24일 금융감독원과 롯데카드 등에 따르면, 롯데카드가 롯데월드 파격 할인권 등으로 신규 고객을 모집하면서 고객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를 즉석에서 신규로 발급해준다는 미끼로 고객들을 유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롯데카드도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할인서비스는 다른 카드와 같이 50%에 불과하지만, 롯데월드 입구에서만 신규 고객에 한해 2000원에 할인해주겠다는 마케팅을 펼친 것.
롯데카드 홍보실 관계자는 "신용카드 즉석 발급은 롯데백화점카드가 있는 고객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면서 "신규 즉석발급은 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과거 신용카드 즉석 발급은 무분별한 회원 확장으로 이어져 카드 대란을 불러왔던 주범이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신규 즉석 발급을 자제할 것을 지도해왔다.
신용카드 즉석 발급은 카드 분실이나 전환, 갱신, 해외여행 고객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돼 왔다.
결과적으로 자유이용권 2000원에 혹해 카드신청서에 귀중한 개인정보를 써낸 대부분의 고객은 '김칫국물만 마신 꼴'이 됐다.
즉석 발급이 안되는 고객에게는 "차후 발급해주겠다"는 식으로 회원모집을 한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영업하는 입장에서 신규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겠다고 제 발로 찾아온 고객에게 롯데백화점카드만 해당된다는 말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롯데카드가 잠실역과 롯데월드로 이어진 지하통로에 영업부스를 군데군데 만들어놓고 회원모집을 하고 있는 점도 논란이다.
롯데카드측은 "과거 길거리 카드 모집과는 달리 시설주(롯데)와 계약을 맺고 합법적으로 만들어놓고 영업하는 것이니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가 안에 별도로 고정된 자리에 부스를 설치해놓는 거는 도로에 설치한 것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부스가 명백하게 통로에 위치해있다면 위반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비은행검사2국 관계자는 "얼마전 부천에서도 롯데카드가 신용카드 즉석발급을 전제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현장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