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치열한 경쟁률 뚫는다해도

공공부문 주도 `청년인턴제`..기업들도 적극 활용
취지 달리 사전채용 변형..입사전형 엄해진 것 불과
정부 `행정인턴`도 비정규직만 양산..좋은 일자리 늘려야
  • 등록 2009-02-09 오전 11:36:52

    수정 2009-02-09 오전 11:52:31

[이데일리 박기용기자] 때 아닌 인턴 바람이 불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청년 실업자들을 인턴으로 뽑겠다고 그야말로 난리다.

정부에서 청년인턴제를 시행하며 바람몰이에 나선 탓이지만, 의도 만큼의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인턴제가 사실상의 사전채용 형태로 변형되면서 입사전형 자체가 더 어려워지거나, 단지 실업률 눈가리기를 위한 비정규직 양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년인턴제`란 정부가 청년 실업난 해소를 위해 만 29세 이하의 대학(대학원) 졸업 및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올해 총 2만3000명을 뽑기로 한 것을 이른다. 서류와 면접 등 2단계 전형을 거쳐 선발하고 월 98만8000원의 보수로 10~11개월 동안 근무시킨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최근 청년인턴 원서접수 결과 18명 모집에 총 400명 가량이 지원해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38대 1, 공정거래위원회는 40대 1을 넘었다. 박사 학위 소지자나 MBA 졸업생, 유학파 등도 지원했단 후문이다.

정부의 바람몰이 탓에 민간부문도 인턴 채용에 열심이다. 특히 금융권에선 모두 6600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도 50명의 인턴을 뽑아 10개월 간 근무케 하는 등 증권업계에선 총 700명 정도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인턴(Intern)의 사전적 의미는 원래 교육 실습생이다. 단지 직업 생활을 미리 경험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 요즈음은 사실상의 사전채용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5일 인턴사원 선발계획을 밝힌 삼성증권은 실제 채용과 직접 연계한 인턴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근무기간을 기존 1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고, 과정 이수 후 우수인력을 직접 정규직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측은 "현재 금융권에서 운영되는 인턴 제도는 입사지원시 가점 등 혜택은 있지만, 실제 채용과 직접 연계하는 경우는 삼성증권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증권 역시 사실상 사전 채용 형태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에 여름방학 기간 동안 두 달 정도 운영하던 것을, 이번엔 채용 시기를 앞당겨 근무 기간을 늘릴 예정이다.

인턴 기간이 종료되면 근무 부서의 평가와 최종 면접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 내정한다. 이후 별도로 시행되는 하반기 공채에서 최종합격 처리한다.

하지만 이처럼 실제 채용과 연계하는 인턴제도는 더욱 엄격하게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애초 신입사원 채용 규모의 변화가 없는 경우, 인턴 과정을 통해 뽑히는 신입사원은 그만큼 전보다 더 까다로운 채용 과정을 겪게 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종 합격한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턴들의 경우 사실상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기에, 가점이 주어지지 않는 한 정기공채 지원 자체를 꺼리는 경향도 보인다. 실제 외국계인 P사는 인턴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도 최종 합격으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 향후 3년간 입사지원 자체를 금하고 있다.

한 취업 사이트의 구직자는 "기존에 있는 사람들도 명퇴시키는 판에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채용과 연계된 인턴이든 공공부문의 대규모 청년인턴이든 결국 정부의 실업률 부담을 덜어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청년인턴제 역시 사실상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뽑는 `행정인턴`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다수다.

대개 하루 8시간 주 5일 기준으로 일급 3만8000원을 받으며 10개월 가량 일하는 행정인턴에 대해 구직자들은, 인턴제의 취지와 달리 단지 안정적인 아르바이트 자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인턴을 경험한 구직자 송모씨는 "일단 되든 안 되든 해보자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에 불과해 대개 구직기간 동안 용돈 버는 곳 정도로 생각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행정인턴 경험은 기업 입사 때 가산점을 부여 받거나,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과도 무관하다. 기존 계약직 공무원들의 일과 중복되다보니 행정인턴들 때문에 계약직 공무원들이 기간연장이 되지 않아 그만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달 말이면 대학에서 40만여명의 졸업생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지난 99년에 경험한 실업대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이 방법이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인턴 채용 공고에도 불구하고 조삼모사식 정책이 반복되는 한 청년 구직자들의 한숨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현 정부의 실업대책은 그 실행의 효과성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만들어진 일자리도 95.7%가 단순생산 노무직에 해당돼 고학력 청년들의 심각한 실업문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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