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22년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의 내부 사정으로 코인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운영사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투자자의 출금 요청이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과 의무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서비스 지연이나 오류로 인한 손실에 대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선례가 마련된 셈이다.
| 서울고법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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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개인투자자 A씨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두나무는 A씨에게 1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A씨는 2022년 3월 24일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루나 코인 1310개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본인 명의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려 했다. 그러나 2차 주소를 입력하지 않는 실수로 인해 코인이 A씨가 아닌 업비트의 전자지갑으로 오입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A씨는 즉시 업비트에 오입금된 코인의 복구를 요청했다. 업비트는 이를 확인하고 자금세탁 방지 규칙 준수를 위한 절차를 마련한 후 복구해 주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A씨가 같은 해 5월 9일까지 최소 10차례 복구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비트는 ‘절차를 마련해 복구해 주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던 중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발생했고, A씨의 루나 코인 가치는 송금 시도 시점 기준 1억4700여만원에서 상장 폐지 직전인 5월 18일 560원으로 폭락했다.
A씨가 두나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두나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은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암호화폐가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피고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업비트의 약관에 대해 재판부는 “그처럼 해석한다면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며 배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