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 성조기 vs 반대 삼보일보…트럼프로 맞선 광화문광장

광화문광장 인근서 트럼프 방한 찬반집회 잇달아 열려
보수단체 "트럼프 방한 열렬히 환영…한미동맹 강화"
진보단체 "美, 싱가포르성명·평화협정 이행…사드 철수"
양분된 광화문광장에 시민·외국인들 "신기하고 놀랍다"
  • 등록 2019-06-30 오후 2:24:19

    수정 2019-06-30 오후 2:27:06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는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주도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를 열었다. (사진=우리공화당)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이틀째인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찬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보수·친미 성향 단체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환영했고 진보·반미 성향 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다며 방한을 규탄하고 나섰다.

보수단체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한미동맹 강화해야”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는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주도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환영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광장 한가운데엔 대형 성조기를 펼쳤고 집회 장소 인근엔 `U.S.-ROK Alliance(한미 동맹)`·`FREE Park(박근혜를 석방하라)`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참가자 300여 명(경찰 추산)은 집회 내내 태극기와 성조기, 우리공화당 깃발을 손에 쥐고 세차게 흔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북한은 핵 폐기 의사가 없다”며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방법은 북한 체제를 바꾸는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우리의 이러한 주장을 미국 백악관에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국내외적으로 줄기차게 주장하겠다”면서 “이번 환영 행사 역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문종 공동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하는 말만 듣지 말고 우리 생각도 꼭 읽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재향군인회(향군)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었다. 향군 회원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흔들면서 “한미동맹 강화만이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호 향군 회장은 “현재 어려운 안보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미 동맹 강화가 중요하다”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 등도 대한문과 숭례문 일대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행사를 진행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보단체 “트럼프 대통령, 싱가포르 성명·평화협정 실현해야”

광화문 광장 인근에선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반대하는 시위도 함께 열렸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싱가포르 성명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1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참가자들은 ‘개성공단 재개’·‘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뽑고 평화 심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북미 싱가포르 성명 이행하라”·“한반도 비핵화 평화협정 동시 실현에 나서라” 등 구호를 외쳤다.

평통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체제를 보장해준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조속하고 완전하게 실현될 수 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해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통사는 이어 “미국은 사드를 철거하고, 한국 원폭 피해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드가 설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의 이석주 이장도 이날 “이번 트럼프 방한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계기가 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평화와 통일을 위해 사드는 필요 없으니 미국으로 되가져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평통사 회원 등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인 오전 10시 45분쯤부터 정부 서울청사를 향해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경찰이 경호상의 이유로 도로 진출을 막자 이들은 제자리에서 절을 하는 등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앞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도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학생들의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혼쭐내서 미국이 합의 이행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자 모였다”며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모인 대학생들은 “더러운 전쟁국가 미국 수장 트럼프는 당장 꺼져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한반도 평화는 트럼프의 트위터 한 번으로 절대 오지 않는다”며 “현재 한반도 상태가 고착된 것은 미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30일 오전 11시 45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삼보일배를 시작했으나 경찰이 경호상의 이유로 도로 진출을 막자 제자리에서 절을 하며 저항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찬반구호 울려 퍼진 광장…시민·외국인 “신기하고 놀랍다”

각자 집회·기자회견을 이어가던 보수·진보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트럼프 대통령 차량이 청와대로 이동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 앞 도로를 지나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로 인근으로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방탄 리무진 차량인 ‘더 비스트(The Beast)’가 모습을 보이자 보수단체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Thank you, USA(미국, 고마워요)”·“Thank you, Trump(트럼프, 고마워요)” 등을 부르짖으며 환호했다. 반면 진보단체는 “End Korean War(한국 전쟁을 끝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만 찬반으로 갈린 양측 단체 간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땐 양측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은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 차벽을 세우기도 했으나 이날 광화문 광장엔 경찰력과 바리케이드만 배치됐을 뿐 차벽은 등장하지 않았다.

광장을 뒤덮은 찬반 구호에 광화문 광장을 찾은 많은 시민은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며 놀라워했다. 인근 교회에 갔다가 광화문 광장에 들른 실향민 조명륜(83)씨는 “미국은 우리 우방국이지 않느냐”며 “우방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방문하는 걸 환영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모(47)씨는 “환영 행사를 하는 건 개인 자유지만, 교통이나 통행에 불편을 끼칠 정도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으로 인해 찬반 의견이 갈린 광장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이스라엘인 마르시아 카마리(44)씨는 “트럼프 대통령 환영 행사를 이렇게 성대하게 치르는 걸 보니 놀랍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대부분 성조기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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