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0% `사상최저`..두달 연속 50bp 인하(상보)

한은 "경기하강 속도 너무 빠르다"
  • 등록 2009-02-12 오전 10:42:51

    수정 2009-02-12 오전 11:07:11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5%에서 2.0%로 낮아졌다. 지난 99년 금리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10월부터 금리인하를 시작, 당시 5.25%였던 기준금리를 4개월 동안 3.25%포인트 끌어내린 것이다.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도 있었지만, 한은이 전월과 같이 0.5%포인트 낮춘 것은 그만큼 경기하강 속도가 가파르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은은 금통위 직후 배포한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최근 국내 경기는 수요·생산·고용 등 경제 전부문에 걸쳐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금리를 내려도 돈이 잘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가 위축되는 정도를 보면 일단 0.5%포인트 인하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내 경기 침체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내수부진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얼어붙는 속도도 빠르다.

12월 산업생산은 전년비 18.6% 감소해 두달 연속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제조업체들은 감산에 나서 평균가동률은 62.5%로 전달에 비해 5.4%포인트 하락, 근 29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내수의 빈자리를 메꿔줬던 수출은 더욱 심각하다. 1월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비 33% 급감했다. 정부가 월별 수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7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한은 집행부는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출도 해외수요의 급격한 위축 등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생산면에서도 제조업의 감산이 크게 확대되고 서비스업도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고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고용대란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일자리가 10만3000개 사라지면서 카드대란이 있었던 2003년 9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소비가 줄고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작년 4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전기비 -5.6%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역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올해 성장전망도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가 -4%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면서 충격을 줬다. 공식적으로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을 점쳤던 정부도 이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집행부 역시 "향후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 성장세 급락과 내수침체 등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2% 수준으로 낮아진 만큼 앞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추락하는 경기를 보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해야 하지만 `유동성 함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돈맥경화`가 좀 풀리긴 했지만 우량 회사채 이하는 아직 한겨울이다. 은행들은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꺼리고 있고 한은이 푼 돈은 은행권에서만 맴돌고 있다. 이미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보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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