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외국인력 사업장 변경 요구에 골머리…제도 개선해야”

중기중앙회, 중소기업 외국인력 정책토론회 개최
中企 68% “사업장 변경 위한 계약해지 요구받아”
“입사 초기 사업장 변경 제한·태업 시 출국 필요”
  • 등록 2023-06-01 오전 9:41:40

    수정 2023-06-01 오전 9:41:40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으로 중소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 변경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태업으로 일관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역(逆)갑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사업장 변경 요구 잇따라…대채 인력 구인 애로”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외국인력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비전문 외국인력(E-9 근로자)을 활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현장 애로를 청취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토론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중기중앙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의 68.0%는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실제 계약을 해지한 사례가 있었던 기업은 96.8%로 조사됐다.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평균 3.7명이었다. 사업장 변경 요구 시점은 입국 후 3개월 이내가 2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에 따른 애로사항으로는 ‘대체 인력 구인 애로’가 81.2%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도입비용 손실’(57.1%), ‘제품 생산 차질’(55.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행태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피로감이 크게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도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해석했다.

노 연구위원은 “사용자 귀책이 아닌 경우 초기 일정 기간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업주와 근로자 간 분쟁 발생 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조정기구 마련, 장기 근속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정보제공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구 거절 시 태업…출국 조치 등 제도 개선 시급”

중소기업계도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김동현 한국기전금속 대표는 공작기계, 선박 부품 등을 생산하는 주물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뿌리산업의 대표 업종인 주물업계의 근로자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은 것은 오래전”이라며 “젊은 인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입국하자마자 상대적으로 업무가 쉬운 업종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태업으로 일관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 해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E-9 비자를 업종별로 세분화하고 이직하더라도 동일 업종에서만 근무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플라스틱 사출 업체인 동진테크 이동수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는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이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꾀병을 부리며 일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사업장을 변경해주고 새로 받은 근로자도 똑같은 요구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대응할 수단이 없다”며 “고용노동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현장의 실정을 제대로 알고 신속한 제도 개선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고용허가제 시행 취지에 따라 사업장 귀책이 없는 경우 계약기간 동안 사업장 변경을 금지하고,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등 부당 행위 시 본국으로 출국 조치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해 정부와 국회에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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