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vs 마가론자 ‘비자 논쟁’…끝내 개입한 트럼프 선택은?

인도계 백악관 핵심 고문 임명 계기 내부 갈등 격화
‘MAGA’ 진영, 머스크 등 H-1B 옹호론자 싸잡아 비난
머스크 “인재 타국에 뺏기면 美패배…나도 수혜" 발끈
트럼프 "난 항상 H-1B 신봉자였다"…머스크 판정승
  • 등록 2024-12-29 오후 3:02:28

    수정 2024-12-29 오후 7:04:2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이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 지지론자들이 고도로 숙련된 근로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H-1B)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결국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당선인까지 논쟁에 개입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AFP)


‘MAGA’ 진영, 머스크 등 H-1B 옹호론자 싸잡아 비난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 내부에선 인도계 IT 전문가인 스리람 크리슈난이 지난 22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 정책고문으로 임명된 것을 계기로 머스크와 마가 진영 간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의 미국 이민과 관련해 논쟁이 격화했다.

극우 정치활동가인 로라 루머가 크리슈난이 지난달 엑스(X·옛 트위터)에서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H-1B 비자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H-1B 비자는 미국 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고도로 숙련된 외국인 노동력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용주 보증을 통해 기본 3년 간의 체류가 허용된다. 추후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하며 미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지만, 연간 발급 건수 등은 쿼터로 제한하고 있다. 미 기술업계에선 뛰어난 엔지니어 등을 찾기 힘들다면서 쿼터제 폐지를 꾸준히 촉구해 왔다.

루머는 “그(크리슈난)는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에 오도록 하고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에 직접적으로 반대되는 견해를 갖고 있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는 경력직 좌파 인사의 수는 놀랍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후 다수의 마가 지지론자들과 극우 정치활동가들이 루머와 뜻을 같이 하며 비판에 동참했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는 머스크와 데이비드 삭스 등 기술 임원진들을 공격했다.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는 미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주고 돈을 덜 지불하려는 사기”라며 “H-1B 비자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라고 맹비난했다.

머스크 “인재 타국에 빼앗기면 美패배”…트럼프는 머스크 지지

이에 머스크는 크리슈난과 IT 업계를 대변하며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25일 엑스를 통해 “미국엔 매우 재능있고 의욕적인 엔지니어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미국이 이기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지기를 원하는가. 세계 최고 인재를 다른 쪽에서 뛰게 하면 미국은 지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전날 밤에도 엑스에 “나는 처음에는 J-1 학업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지만 H-1B 비자로 바뀌었다. H-1B 비자 프로그램으로부터 큰 혜택을 받았다”며 자신이 현재 미국을 위해 일을 할 수 것도, 스페이스X나 테슬라와 같이 미국을 강하게 만든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것도 모두 H-1B 비자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난 150년 동안 위대해졌다. 지구상 어느 곳보다 실력주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나는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동원해) 싸워 미국이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남도록 하겠다”며 전쟁을 예고했다.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된 인도계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도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보다 졸업 파티 여왕을, (우등생인) 졸업생 대표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남학생을 더 찬양하는 문화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배출해내지 못한다”며 거들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서 근무하는 숙련 노동자들을 잃지 않기 위해, 즉 해당 기업들이 업계 선두를 유지하는 데 H-1B 비자가 필수적인 것은 물론 오히려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크리슈난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트럼프 당선인까지 논쟁에 개입했고, 그는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나는 내 부동산에 많은 H-1B 비자 (근로자)를 가지고 있다. 나는 H-1B의 신봉자였다”며 “H-1B비자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비자를 좋아해 왔고, 항상 비자를 찬성해 왔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종적인) 입장은 올해 미 대선에서 최대 기부자가 된 머스크와의 새로운 연합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CNN도 “머스크를 편든 트럼프의 발언은 그가 머스크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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