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지난 2024년 부진한 흐름을 보인 국내 증시와 달리 뉴욕증시는 강한 랠리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간 미국주식 보관금액이 집계 이래 처음으로 1000억달러대를 돌파하는 등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몸집이 커지는 분위기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105억 4500만달러(약 15조 5100억원)으로 직전년 28억 2600만달러(4조 1600억원)에서 크게 증가하며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사들인 금액은 1조 750억원으로, 미국주식 순매수 금액의 15분의 1 수준이다.
미 증시로의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시장 보관금액은 1120억 5556만달러(한화 약 164조 9234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 680억 2349만달러(100조 1170억원) 대비 65%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4억 3498만달러(약 6402억원) 수준이었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2014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한 후 2019년 말 84억달러 수준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동성 확대 국면과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 미국 빅테크 주가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미 주식 보관금액은 2020년 37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했고 4년 만에 3배 가량 불어났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투자심리도 엇갈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해 각각 9.6%, 21.7% 내리며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하반기 내수 부진과 수출 위축 등 경기침체와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확대된 여파다.
반면 미국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지난 1년 동안 23%, 29%씩 뛰었다.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지수는 연간 약 13% 상승했다.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요 빅테크들이 상승세를 이끈 덕분이다. 거대 기술기업 매그니피센트7(M7) 종목 중에는 엔비디아(178.8%), 테슬라(62.6%), 아마존(46.3%), 애플(34.9%), 마이크로소프트(13.7%) 등이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이처럼 미국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역시 미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 수치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보다 0.2%포인트 증가한 2.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경기도 견조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11월 말 한국은행은 2025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