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현실은 직장 갑질[중국나라]

상하이 신입 직원, 여상사가 매일 끼니 챙기라고 요구
“돈이 없으면 알아서 해야, 회사 그만두고 싶니” 협박도
한국 2020년 직장내 괴롭힙 금지법 도입, 중국은 아직
  • 등록 2024-09-14 오후 4:43:09

    수정 2024-09-14 오후 5:04:44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아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이랑 달걀 하나 갖다주시면 돼요.”

중국 상하이의 한 유명 교육 훈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어느 날 여성 상사로부터 이러한 요청을 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을 ‘궈얼’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사에 입사한지 한 달만에 상사의 개인 비서가 된 사연을 전했다. 이 회사는 교육 훈련을 하는 곳으로 궈얼은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강사다. 그런데 상사로부터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부탁을 받게 됐다.

궈얼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수를 통해 공개한 채팅 기록을 보면 상사는 그녀에게 아침에 커피 브랜드 ‘루이신’의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과 달걀 하나를 가져다주고, 항상 생수를 마실 수 있게 준비해달라는 등 요청을 했다. 하루의 식사 목록을 건네기도 했다.

목록을 보면 아침 커피와 달걀 외에 점심과 저녁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야채, 백미 함유가 적은 통곡물의 밥을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튀김이나 설탕이 많은 음식과 얼음이 담긴 음식은 피할 것을 지시했다. 본인의 저녁 약속이 있으면 미리 말해주겠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마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신경질적인 편집장처럼 직원에게 과도한 요구를 시킨 것이다. 영화 속 편집장은 비서에게 일거수일투족 과도한 업무를 맡겼지만 궈얼의 업무는 비서가 아닌 일반 교육직이다.

입사한 지 얼마가 안돼 차마 거절할 수 없던 궈얼은 일정 기간 아침 커피와 달걀 등을 갖다줘야만 했다. 가진 돈이 다 떨어지자 상사에게 밥값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요즘 왜 자꾸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하냐”는 반문이 돌아온다.

“진짜 돈이 없다”는 궈얼의 답에 상사는 “당신이 돈이 없으면 스스로 벌어야지 네가 이러면 널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며 협박성 말도 했다.

중국의 한 회사에서 직장인 궈얼씨가 받은 상사의 메시지(왼쪽은 원본, 오른쪽은 번역본). 아침부터 저녁까지 특정 메뉴 전달을 강요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채팅을 통한 분쟁 후 상사는 실제로 회사에 궈얼의 퇴사 요청을 했다. 궈얼이 상사에게 돈을 빌리려 했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궈얼이 그간 경위를 회사에 설명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결국 회사는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 해당 상사에 대해 회사 가치관을 어기고 직권을 사용해 부하 직원에게 사생활 처리를 강요해 회사 평판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므로 계약을 해지하기로 발표했다. 피해자였던 궈얼씨는 회사에 남았으며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이어가게 됐다.

회사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폭력, 폭언하거나 개인 업무를 처리하게 하고, 과도한 지시를 하는 등 이른바 ‘직장 내 갑질’은 한국에서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선 2020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으며 지난해 1만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에선 직장 내 갑질과 관련한 법률이 따로 마련되진 않았다. 이에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소셜미디어서 공유되고 있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좋은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기업 내에선 관련 교육을 진행하며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와 정기 평가·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