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앞두고 檢 정기인사…文정권 수사 고삐 쥔다

21일 검찰인사위…고위·중간간부급 인사 기준 논의
수사 능력 입증된 28~29기 특수부 출신 약진 전망
법조계 “요직에 포진한 친문성향 간부들 정리해야”
한동훈 “檢 인사는 국민보호”…능력중심 원칙 재강조
  • 등록 2022-06-19 오후 4:08:08

    수정 2022-06-19 오후 9:35:45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검찰 정기 인사를 앞두고 그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까지 80여일이 남은 가운데,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 능력이 입증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전진 배치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소집해 검찰 고위·중간 간부급 이상 인사에 관한 기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일반적으로 인사위 개최 5일 전후로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발표했지만, 이번에는 신속한 인사가 요구되는 만큼 발표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승진 대상자는 사법연수원 28~29기 중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특수부’ 출신들이 주로 거론된다. 특히 문재인 정권 비리를 수사하다 좌천된 검사들이 다시 전면에 복귀하면서 주요 수사의 지휘봉을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28기에서는 이진동 서울고검 감찰부장, 신응석 서울고검 검사, 임현 서울고검 형사부장이 승진 대상으로 꼽힌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수사 일선에서 함께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29기에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중 좌천성 인사를 당한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또 수원지검에서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을 맡다가 좌천된 송강 청주지검 차장검사, 대전지검에서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맡았던 박지영 춘천지검 차장검사 등도 검사장 하마평에 오른다.

법조계는 오는 9월 검수완박 법안 시행이 임박한 만큼 수사 능력과 의지가 입증된 인물을 중심으로 한 검찰 수사팀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권 당시 임명된 수사팀으로는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철저하게 들춰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고검 부장검사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검찰 요직 곳곳에 포진해있는 친문(친 문재인) 성향의 간부들은 애초 친문 세력에 ‘배팅’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전 정권 수사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사팀 일선의 결제·보고를 통제하며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만큼 사전에 정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 인선 전에 검찰 인사를 먼저 단행하는 것은 ‘식물총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같은 지적을 감수하면서 인사를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검수완박 시행 직전 문재인 정권 비리 수사에 최대한 성과를 도출하겠단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법무부는 다가오는 정기 인사와 맞물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 정원을 5명 더 늘리는 내용의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친문 성향’ 논란을 일으켰던 검사들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대거 좌천성 발령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좌천 대상으로는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던 김관정 수원고검장,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지목된다. 이들은 이미 사의를 밝혔지만, 수사 중인 공무원은 퇴직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 때문에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채널A 사건’ 관련 한 장관의 무혐의 처분을 수차례 막았던 최성필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사태 당시 추 장관 편에 섰던 고경순 춘천지검장 등도 좌천 대상자로 거론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야권 등 정치권의 반발을 피하려면 추미애 라인 검사도 일부 중용하는 탕평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장관은 그러나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와 관련, “검찰 인사는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검찰이 제대로 일을 잘할 수 있는 게 우선”이라며 “탕평 인사의 문제는 검찰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라고 답했다. 수사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능력중심’ 인사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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