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엿보는' 中, 北에 비행기 제공하고 러와 손잡아

에어차이나, 김 위원장 및 수행단 싱가포르 이동 제공
"6일 노선 재개한 CA122편, 북한 위한 조치일 수도"
시진핑, 푸틴과 만나 北 문제 상의…'차이나 패싱' 차단
  • 등록 2018-06-10 오후 4:12:36

    수정 2018-06-10 오후 6:13:41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기의 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가운데,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중국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은 항공기를 제공해 김 위원장의 이동이나 화물 항공 운송을 돕는 등 북한의 환심을 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에서 개입할 틈을 엿보고 있다.

10일 항공기 경로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다24에 따르면 에어차이나 CA122편과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가 시차를 두고 평양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했다.

CA122편은 평양에서 출발한 뒤, 베이징에 인접해 갑자기 편명을 CA61로 변경해 싱가포르로 이동했으며 김 위원장의 전용기로 주로 쓰이는 ‘참매 1호’ 역시 1~2시간 후 평양에서 출발했다. ‘참매 1호’ 역시 중국 영공을 가로지르며 싱가포르로 향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해 에어차이나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A122편의 경우 ‘베이징-평양’을 오가는 비행기지만 매주 월, 수, 금만 운행할 뿐, 일요일인 10일 운행을 하지 않는 노선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북한이 북미 회담 이동을 위해 중국 측에 요청을 했고 중국이 항공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아니라 평양-베이징을 오가는 CA122편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노선이었지만 불과 나흘 전인 6일부터 정기선 운항을 재개했다. 일부에선 평양-베이징 탑승객이 많지 않은 정기선을 재개하기로 한 게 김 위원장이나 북한 수행원의 이동을 돕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낡은데다 장거리 비행에 익숙한 북한조종사도 없을 것이며 김 위원장 한 명만 싱가포르로 가는 것도 아닌 만큼 북한 단독으로 준비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항공기나 조종사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CA122 노선을 재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 지원에 나선 것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올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이 베이징과 다롄에서 두 번이나 만나는 등 북중 양국은 혈맹관계를 과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가 재개하는 과정에서 ‘시진핑 배후론’을 문제 삼았다. 이후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한국과 북한, 미국 3자간 이뤄질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중국은 서둘러 북한에 접근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하고 있다. 종전 선언에 참여를 하지 못한다 해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와 북한 비핵화 검증 과정에선 역할을 하겠다는 것. 결국 북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 여객기 등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 북한에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고 있는 인접국가 러시아를 끌어들여 미국도 견제하고 있다. 시 주석은 칭다오에서 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러는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국제 질서와 체계를 지키고 주요 국제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촉진하며 세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해 한반도 문제에서 양국의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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