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혁·상생이라는 이름의 관치

금융산업 '자율성' 내걸었던 금융당국
실상은 내내 '관치금융' 지적 나와
은행 이자수익 두고 금융수장 연일 비판
올해 '상생금융' 요구…이익 죄악시 풍토
  • 등록 2024-12-22 오후 6:14:19

    수정 2024-12-22 오후 7:09:15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윤석열 정부는 출범 시 금융산업 기조에 대해 ‘자율성을 기반으로 역동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내세웠다. 금융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개혁과 상생 몰이’에 심취해 관치금융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은행의 이자 수익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은행의 이자 수익을 두고 상생해야 한다며 죄악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의 고수익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민생이 어려울 때 은행이 상생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는지 등 비판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이익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 이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대외적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사가 불법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 정부가 너무 옥죈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시장을 역행한 당국의 가계대출 옥죄기로 예대마진 차이가 벌어지면서 비정상적인 이익 확대를 부추겼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보험사에 대해서도 보험상품에 대한 새 회계제도 적용을 두고 일방통행식 강요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카드업계에 대해선 가맹점 수수료율을 지금까지 다섯 차례 낮추면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당국은 올해도 은행권에 ‘상생금융’ 참여를 요구했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이달 23일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한다.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뒀다는 이유로 금융권에 개혁과 상생의 프레임을 씌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떠넘기기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당국에서 뭐만 발표하면 상생, 개혁을 외친다. 금융산업이 개혁의 대상인가. 상생을 안 했나. 당국이 개혁 몰이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이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은 당국에 대한 단순한 불만만은 아님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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