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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에 있는 ‘비트’ 카페에서는 많게는 하루에 450잔까지도 커피를 내립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들어간 비트도 출근 시간부터 점심 시간, 어린이집 하원 시간까지 하루종일 바쁘죠. 많을 때는 570잔을 팔기도 했어요.”
2평 남짓한 공간에서 온종일 정신없이 일하는 이 바리스타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푸드테크 기업 비트코퍼레이션이 제공하는 이 로봇은 지금까지 팔린 100대 가운데 70대 이상이 사내 카페테리아에 배치됐다. 삼성화재, 삼성생명, KT, 넥슨 등도 비트의 고객사다. 비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달콤커피를 운영하는 다날F&B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5일 만난 지성원 비트코퍼레이션 대표는 “올해 ‘비트 3.0(최신 버전)’를 100대 양산해 모두 완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야심 찬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이달 말 선보이는 ‘비트 박스’다. 비트박스는 비트 3.0이 적용되는 24시간 무인 매장으로 오는 29일께 서울·판교·파주·세종·대전 등 6곳에 문을 연다. 16온스 용량의 커피 가격이 2500원이며 구독 서비스도 시작한다. 그 동안 주로 사내에서 일하던 로봇 바리스타가 ‘거리’로 나오는 셈이다.
비트박스 매장 안에는 커피를 만드는 비트 뿐 아니라 스마트 선반을 활용해 식료품·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냉장고(비트 투 고)가 설치된다. 이 냉장고는 신용카드를 꽂고 문을 열어 원하는 물건을 꺼낸 뒤 다시 문을 닫으면 결제가 된다. 또 매장 내 ‘라이다(LiDAR)’ 센서가 있어 로봇 바리스타가 손님이 많은 쪽을 향해 인사를 할 수도 있다. 라이다 센서는 작은 물체까지 판별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그는 특히 “비트 3.0부터는 페이코인 결제도 확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페이코인은 결제 서비스(PG) 업체 다날의 자회사인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암호화폐다. 비트코퍼레이션은 약 6개월 전부터 비트 앱에서 페이코인 결제 방식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새 버전인 비트 3.0부터는 클라우드 방식의 IT시스템도 적용됐다. 비트코퍼레이션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국내 파트너사인 GS네오텍과 손잡고 AWS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비트 3.0를 비롯해 기존 다날 데이터센터(IDC)에서 운영돼온 비트 1.0, 2.0과 관련된 IT시스템이 모두 클라우드로 전환된다. 쉽게 말해, IT시스템을 직접 소유하며 운영하는 대신 AWS 데이터센터를 빌려쓰며 운영까지 맡기는 것이다.
클라우드로 전환한 덕분에 비트와 함께 늘어나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오류를 경험하기 전에 고장난 것을 알 수 있으며, 다음날 필요한 원두·컵의 개수까지 예측한다. ‘한 시간 뒤면 원두가 떨어질 것 같으니 채웠으면 좋겠다’는 식의 알람을 주는 것이다.
비트코퍼레이션와 AWS, GS네오텍과 AWS 클라우드 위에 이런 원격 매장관리, 운영 자동화, 데이터 활용 등을 위한 지능형 플랫폼 ‘아이매드(i-MAD)’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 대표는 “비트 1.0은 고장이 나도 몰랐고, 비트 2.0은 고장이 나면 바로 알았다면 비트 3.0은 고장이 난 걸 (소비자가 경험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다”며 “주문 데이터, 비트와의 거리 데이터를 통해 먼 곳보다 가까이에서 주문한 사람의 커피를 먼저 만들어 주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