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 못 가누는 신생아 수십회 흔들고도 '무죄'...이유는

  • 등록 2023-08-30 오전 9:51:47

    수정 2023-08-30 오전 9:51:47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아동학대 정황이 촬영됐어도 동의 없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라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게티 이미지)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산후도우미 50대 A씨와 60대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11월 산모 C씨의 생후 10일 된 신생아에게 신체의 손상을 주거나 건강·발달을 해치는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C씨집 작은방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신생아의 머리를 왼쪽 허벅지에 올려두고 다리를 심하게 흔든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씨와 함께 2020년 1월쯤 또 다른 산모 D씨의 집에서 생후 60일 아기를 흔들어 학대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D씨 집에서 60일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빠르게 밀고 당겼다. B씨는 짐볼 위에 앉아 아이의 목을 완전히 고정하지 않은 상태로 안고 분당 80∼90차례 위아래로 반동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의 쟁점은 이러한 모습이 담긴 CCTV가 증거 능력이 있는지였다.

A씨는 “자신이 지냈던 방의 CCTV가 고장 났다고만 설명을 들었을 뿐 촬영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C씨 측은 “동의를 받고 CCTV를 설치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촬영목적과 촬영되는 부분, 촬영 영상의 보관 기간이나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알리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양측 입장을 토대로 해당 CCTV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두 집에서 촬영된 CCTV는 모두 원래보다 1.5∼2배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파일이었는데, 이후 검찰이 원래 속도로 복원해 추가 제출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재판부는 “‘흔들림 증후군’이 발생하는 20초간 40∼50회 흔든 사례에 미치지 못하며 아이들의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육자 입장에서는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돌봄이라고 볼 수는 있어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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