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흰 우유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 결정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원유 가격 인상은 기정사실화 한 상황이지만 정부가 우윳값 인상 자제를 압박하고 있어 원유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유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의 한 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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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 첫 회의를 열고 가격 협상에 착수했다. 협상 기한은 지난달 30일까지였지만 접점을 찾지 못해 이달 19일까지 연장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다. 원윳값에는 사료 가격 등 낙농가의 생산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 생산비가 오르면서 예년보다 높은 가격범위에서 원유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다.
올해는 원유 1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폭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ℓ당 996원인 음용유(마시는 우유)의 경우 기본 가격이 1065~1100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원윳값이 인상되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흰 우유 제품 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지난해는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5.1%) 오르자 각 유업체가 흰 우유 제품 가격을 6.6~9.6% 인상했다. 서울우유 협동조합의 흰우유 1ℓ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2800원대로, 매일유업 900㎖짜리 흰 우유 제품 가격은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원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 유업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빙그레, hy 등 유업체 14곳을 불러모아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지난달 라면·제분업계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펼친 데 이어 유업계까지 전방위적인 압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유업계는 라면·제분업계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라면·제분 원재료인 밀 가격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정부가 지난해 밀가루 가격안정 지원사업 명목으로 관련 산업에 세금을 투입한 점을 지적한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비 수준을 결정하는 열쇠는 결국 낙농가가 쥐고 있는데 최종 제품 생산업체에게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