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본 대선공약)⑤복지 정책

퍼주기식 복지정책 남발..후보간 차이 없이 '엇비슷'
필요 예산은 제시하면서 예산 확보 수단은 '침묵'
이명박 후보, 공약 남발 더 심해
  • 등록 2007-11-05 오전 11:15:22

    수정 2007-11-05 오전 11:17:21

[이데일리 김수연 좌동욱기자] 17대 대선 후보들의 복지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空約)의 집대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과 빈곤층 등 사회 소외계층들이 '혹'할 만한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다 보니, 예산 확보 방안이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뒷전으로 밀린다. 표가 될만한 공약들은 서로 베끼는 탓에 후보들의 공약들이 엇비슷해지는 것도 과거 대선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한쪽에서는 '감세'를 외치면서 대형 공약들을 남발하는가 하면 교육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국가의 교육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정책의 내적 논리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 퍼주기식 복지 정책 '엇비슷'

대선 후보 중 복지 공약을 가장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다. 다른 대선 후보들에 비해 두 후보는 필요한 예산을 추산해 공약의 신빙성을 높였다. 복지 공약만을 따로 정리해 발표한 것도 다른 후보와의 차이점이다. (표 참조)

 


두 후보가 제시한 공약들을 살펴보면 놀라울만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후보가 먼저 공약을 내놓으면 다른 후보가 이와 비슷한 공약을 만들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두 후보는 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현행 65%에서 80%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노인들을 위해서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신혼부부들에게는 아파트(이명박)나 저리 융자(정동영)를 각각 약속했다.

이들은 또 취학전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으로 불임 치료나 산전 산후 의료 비용도 국가가 전액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명박 후보가 오히려 더 개혁적인 복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이 후보는 참여정부의 지나친 분배정책과 예산 낭비를 비판해왔다.

이 후보는 빈곤층에 공직과 국영기업의 일자리를 일정비율 할당하는 '계층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조차 적극적인 평등 정책으로 논란의 여지가 되고 있는 소수자 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선·Affirmative Action)을 본 딴 것이다.  

이 밖에도 이 후보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개편 등 정 후보가 약속하지 않은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 예산 확보 수단은 없어..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두 후보가 공약 실천에 필요한 구체적인 예산을 제시한 것은 과거 대선과 다른 특징.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복지 공약을 정리한 '생애 희망 디딤돌 7대 프로젝트'에 필요한 예산을 시행 첫해 10조8275원으로 추산했다. 정동영 후보는 각 공약별로 시행에 필요한 예산 규모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확보 수단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 효율화'(이명박 후보)나 '정부의 저출산 대책 재정 활용'(정동영 후보) 등 처럼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재원확보 대책이 없는 복지 정책은 '빈수레'일 뿐"이라고 잘라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중증질환 치료비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약속.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문제는 큰 차원의 그림을 갖고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데 대선 후보들은 그런 밑그림도 없고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어 단순한 구호에 불과하다"며 "코멘트할 내용조차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필요한 재정이 급증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인 '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지출예산은 2005년 21조원에서 2015년 80조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그래프 참조)
▲ 건강보험 지출예산 추계(※자료=건강보장미래전략위원회)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현행 4.77%인 건강보험요율을 매년 평균 6.9%씩 인상해 2015년 8.13%까지 끌어올리고, 같은 기간 국고지원액도 3조원에서 13조원으로 확대해야 재정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위원회가 목표로 삼은 건강보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0%로 두 후보가 약속하고 있는 80%보다 10%포인트나 낮다.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를 사상 최고 수준인 8.6%까지 인상할 계획을 밝혔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없이 보험료 인상만을 요구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며 "대선 후보들이 이런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 공약(空約) 남발, 이명박 후보가 더 심해

건강보험 재정은 특히, 주사 한 대, 진찰 한 번 등 단 한번의 치료 행위마다 진료비를 부과하는 '행위별 수가제'로 인해 예산 낭비가 급증하는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정부는 질병군 별로 치료 가격을 미리 산정하는 포괄적 수가제를 국공립 병원을 중심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의료기관들의 반발이 심하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은 이 처럼 이해관계가 얽히고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희숙 연구위원은 "특정 후보는 암이라는 질병만 딱 집어 치료비의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암 말고도 중증 질병은 많다. 중증 질환에 걸린 환자들의 힘든 상황은 똑같은 것"이라며 "보통 치료비 보장성은 금액 위주로 결정하는 데 이 후보의 정책은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암 환자들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명박 후보는 중증질환 중에서도 암 치료비의 보장성을 현행 60%에서 80%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노인이나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표를 잡기 위해 현실 가능성이 낮은 정책 공약들을 남발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 후보가 '생애 희망 7대 프로젝트'의 대표적 공약으로 내놓은 '계층할당제'가 이 같은 케이스. 이 후보는 이를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진학과 취업시 빈곤계층에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측은 "국가 공무원과 국영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경우 빈곤 계층이 인구 범위에서 차지하는 비율 만큼을 할당해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가산점은 5% 이내가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층에게 국가 공직과 기업 일자리를 할당하겠다는 것은 계획경제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며 "빈곤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도 문제지만 나중에 빈곤에서 벗어나면 직업을 바꿔야 되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그런 식의 접근을 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이 공약이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단정했다. 미국에서 지난 61년 도입한 소수자 우대정책은 빈곤이 아닌 흑인이나 아시아 등 소수계 민족을 기준으로 대학 입시에 일정 쿼터를 배정하고 있다.

 ◇ 복지 정책 남발시 심각한 사회 문제화

이 밖의 복지정책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확산에 대해서는 "기업의 동의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을 지가 중요한데 그 부분은 빠뜨리고 있다"며 "실현가능한 공약이 아니라 선심성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국책기관 한 연구원은 불임치료와 산전 산후 의료비 국가 지원 방안에 대해 "현재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불임 치료 지원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한다"며 "이는 젊은이들이 단순히 치료비 몇 푼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인 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을 3%에서 6%로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내년 7월부터 새로 실시되는 제도라 아직 노인들이 얼마나 신청할 지 정부 예산이 얼마나 들 지도 추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선거시즌이니 공약을 우선 내놓고 나중에 필요한 예산을 계산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나 중풍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에 대해 본인 부담금 15~20%를 제외한 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로 보험료는 건강보험료와 별도로 모든 국민들에게 부과된다. 독일과 일본이 앞서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재정 지출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전락했다.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을 모니터링해 온 김태현 국장은 "복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돈"이라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 정책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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