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공개매수 가격을 놓고 사실상 경매를 벌이는 양상이다. 누가 이기든 ‘승자의 저주’가 불가피해진 모양새란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인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오는 7일 이사회를 연다. 영풍정밀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1.85%를 획득하기 위해서다.
영풍·MBK가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최윤범 회장 측의 대항 공개매수가격과 같아진 상태다. ‘동일 가격, 우위 조건’ 승부수를 띄우자 최 회장이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정면 대응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같은 가격일 경우 MBK는 유통주식 물량 전체(43.43%)를, 최 회장 측은 25%를 공개매수할 예정인 만큼 MBK의 청약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영풍·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기존 2만원→2만5000원→3만원으로 두 차례 인상했고, 이에 대항해 최 회장 측이 또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치킨 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또 지난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인상한 MBK에 맞서 최 회장이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추가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최소 매수 물량 조건이 사라졌고, MBK 측의 공개매수 종료일(14일)이 고려아연(23일)보다 빠르다는 점에서다. 현재로선 현금화가 빠른 MBK 측이 이기는 구조다.
재계 안팎에선 양측이 고려아연·영풍정밀을 놓고 가격 인상을 주고받는 식으로 ‘쩐의 전쟁’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