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품값 사상최고..`2차 식량위기` 재현 우려

작년 12월 식품가격지수 214.7..역대 최고
인플레 압력·빈곤국 사회 불안 가중
  • 등록 2011-01-06 오전 9:33:34

    수정 2011-01-06 오전 9:33:34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해 12월 전 세계 식품가격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007~2008년에 발생했던 식량 위기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설과 한파, 가뭄 등 지역을 막론하고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식량 대란의 충격은 앞선 식량 위기때를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밀과 옥수수, 쌀 등 55개 식품가격 변동 추이를 통해 산출한 세계 식품가격지수가 전월대비 4.2% 상승한 214.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수 발표가 시작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곡물가격 급등으로 아이티와 이집트 등지에서 폭동 사태가 빚어지는 등 식량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6월의 213.5를 뛰어넘는다. 지수는 6개월째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식품 중에서 설탕과 옥수수, 육류 등의 가격 상승이 가장 두드러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핵심 식량 자원인 쌀과 밀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의 주식인 쌀 가격은 그나마 다른 곡물들에 비해 상승폭이 적었지만 밀값은 수확량 감소 전망 속에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처럼 식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펼치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는 기
▲ 연도별 식품가격지수 변동 추이(출처:FAO)
상이변을 들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극심한 가뭄을, 호주는 대규모 홍수를 겪으며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생산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면서 수급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중국이 식량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 배경 중 하나.

압돌레자 압바시안 FAO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지금이 (식량값의) 고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미 지역의 곡물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면 식량 가격은 훨씬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각종 식품의 원료가 되는 식량 가격 상승은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현재 인플레보다는 경기 부양과 금융권 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유럽권 중앙은행들에게 압박의 소지가 크다. 

식량난에 계속해서 시달려 온 빈곤국들의 사회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FT는 현재까지 식량 부족 사태 때문에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빈곤국들로부터 대형 폭동이 일어났다는 보고는 없지만, 앞으로 식량 가격이 강세를 이어갈 경우 과거 식량난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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