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②교육기회 차별..빈부격차 세습 `악순환`

'개천에서 용난다'는 이제 옛말..교육양극화 심화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구조 고착..너도나도 사교육 '열풍'
  • 등록 2008-03-03 오전 11:40:01

    수정 2008-03-04 오후 1:45:26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전문직을 가진 맞벌이 부부인 A씨. 그는 지난해 딸 아이를 주저 없이 서울의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보냈다. 한달 교육비만 얼추 100만원 꼴로 들어가지만 후회는 없다. 내 자식이 미래에 좀 더 나은 소득과 지위를 갖는다면 더 바랄 게 없기 때문이다.

소위 잘 나가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B씨. 그는 몇년 전만 해도 평범한 기업체 사원이었다. 벌이도 그다지 나쁘지 않고, 근무 여건도 좋았지만 돌연 직장을 관두고 입사 1년만에 유학길을 택했다. 몇년간 쏟아 부은 유학비가 기천만원에 달하지만 그 역시 현재의 결과에 훨씬 만족한다. 그동안 들인 시간도 그리 아깝지 않다.

◇ "개천에서 용 난다" 옛말..교육 양극화 심화

명문대 수석 합격자가 교과서만 봤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됐다. 명문대생 가운데 강남 출신 비중이 압도적인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법고시 합격자 가운데 3명중 1명은 서울 출신이면서 강남 소재지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 이미 소득 격차는 급격한 교육 격차를 부르고, 다시 빈부 세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 자료:통계청


통계를 통해서도 계층간의 교육 불평등은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이 2월에 내놓은 `지난해 가계수지동향`에서 전국가구 기준 최상위층인 소득 5분위 계층의 연간 교육비 지출금액은 450만원 선에 달했다. 최하위층인 1분위 가구의 85만원 선의 5배가 넘는다.

5분위 가구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 차가 3배 정도임을 감안할 때 소득계층 간 교육지출의 간극은 더욱 크다. 소득계층간의 교육비 지출 차이는 부의 세습으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사교육비 실태 조사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지역은 81%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고 월평균 28만4000원(이하 비사교육자 포함)이 들어가는 반면 읍면지역 학생의 사교육비는 서울지역 학생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고소득 가정과 저소득 가정간 차이는 더 크다. 월 100만원 미만 가정의 학생은 36.9%만이 사교육을 받고 있고 월평균 금액도 5만3000원에 불과했지만, 부모가 한달에 700만원 이상 버는 가정의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93.5%, 금액은 46만8000원에 달했다.
 
▲ 자료:통계청

부모가 고학력일수록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성적에 따라서도 차이는 극면하다. 상위 10% 이내 학생 중 90%가 월평균 30만원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하위 20% 학생의 교육비 수준을 두배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 요람에서 취업까지..사교육비 2~3억 잡아야

실제로 소위 강남 부자들의 자녀들이 누리는 사교육 수준은 혀를 내두른다. 취학전부터 다니는 영어유치원의 월수업료는 100만원을 호가한다. 사립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북미권 영어연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목고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고등학교에 비하면 양념 수준이란다. 과목당 한달에 몇백만원씩 하는 과외비를 맞추려면 의사나 변호사 등 소위 잘 나가는 전문직조차도 등골이 휜다.

이같은 교육 커리큘럼을 일반 서민이 따르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얼추 들어가는 비용만 2~3억원이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취업전선에서도 사교육 바람은 거세다. 이른바 취업 사교육도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국내 4년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대학생 2명중 1명이 취업을 위한 과외학습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 교육비용은 1인당 평균 160만원 선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교육, `부의 세습` 통로.."동참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

앞서 서두에 제시된 두 사례는 결국 부의 세습을 넘어서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의 예다. 한 금융기관의 내부조사에 따르면 PB고객 가운데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사람의 대부분은 원래부터 부자가 아닌 고소득 전문직이었다. 
 
전문직들이 기를 쓰고 유학을 보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식의 성공을 통해 그나마 가진 부를 물려주고, 더 축적하기 위해서다. 형편은 되지만 빠듯함을 느끼면서 좋은 학교와 교육을 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 졸업 후 겪는 취업전쟁에서 모자라 이제는 보다 나은 일자리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관두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역시 소득을 높이기 위한 또다른 통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기회복세에도 불구, 오히려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4년 62.1%였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61.8%로 하락했다.
 
▲ 자료:한국은행

특히 연령별로는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더 저조하다. 이같은 변화는 고령화 측면에서도 기인하지만 노동공급 측면에서 더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학업과 개인역량을 축적하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력간 임금격차가 확대되고, 고졸자 대비 대학정원 비중이 상승하고, 부모세대의 실질소득이 증가하면서 경제활동 불참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005~2006년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 하락의 56%가 재학생 비중의 상승에서 기인했다.

◇ 해법은 없나.."사교육 억제가 능사는 아니다"

고학력자일수록 소득이 증가하고 부를 축적할 기회가 커지면서, 고학력화는 빈번한 경제활동 중단을 부르고 있다. 노동공급의 규모 축소는 이에 상응하는 보완이 수반되지 않는 한 경제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기 마련이다.  

특히 교육에 의한 빈부세습이 심화될수록 소득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 심리적 박탈감이 사회적으로 가져오는 폐해는 결코 수치화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의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정부와 교육당국도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그러나 딱히 실효를 거두지는 못하는 상태다.

최근 인수위가 내놓은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은 신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공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누누히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 실천에 옮기기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을 억제하는 단순 해법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더 나은 대우를 위해 미래 학력을 높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부모의 본성이고, 공교육과 사교육 둘 사이의 견제와 균형 논리를 찾는 것도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교육계에서는 공교육의 정상화, 사교육을 조장하는 교육제도 개선, 영어 사교육 대체방안 마련 등이 공통적인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교육 수요를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을 살피고, 사교육 열풍을 좀더 생산적인 부분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공교육을 아무라 강화하더라도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공교육과 사교육을 분리하기 보다 상호 보완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교육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④비대해진 학원산업..부작용 속출
☞(교육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③노후준비? 꿈도못꿔!.."미래가 없다"
☞(교육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무너지는 가계.."소비여력이 없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