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한국상사법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법인의 디지털자산 보유에 대한 법적 쟁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은행들이 별다른 법적 기준 없이 법인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국내 법인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매매는 불가능하다”고 현재 상황을 짚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2021년 3월부터,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반드시 은행 실명계좌를 보유해야 한다. 특금법에는 법인에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은행들은 개정 특금법 시행 이후 법인에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경우, 올 1분기 전체 거래대금 중 기관투자자 비중이 85%를 넘었다. 특히 기관 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 거래대금은 전체의 7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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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 교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며 투기적인 행태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이 시가총액이 큰 일명 ‘메이저 코인’보다 시총이 작은 마이너 코인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국내 시총 비중은 3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선 58.2%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남궁 교수는 “국내에선 시총이 작아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가상자산의 가격이 글로벌 시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나는 이유”라고 했다.
남궁 교수는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줄 필요가 있으며, 위험 관리를 위해 상장법인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검증된 기업에 한해 먼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