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모두 내던진 데다 믿었던 수출마저 수입 증가세에 밀리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달러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항목을 통해 빠져나갔다.
지난달 중순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탄 만큼 수입이 줄면서 경상수지가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증가세가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달러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 상품수지 흑자 축소-자본수지 유출초 지속..달러유출 `쌍끌이`
지난달 대규모 달러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였다. 글로벌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해왔던 수출이 수입증가세를 이기지 못하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6% 증가한 411억달러였다. 전달 16.6%에 비해 20%포인트 가량이나 증가율이 높아졌다. 올들어 1~7월중으로도 작년보다 22.7% 늘어난 2551억3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면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하며 치솟은 유가였다. 유가 급등 영향이 파급되면서 원자재를 구성하는 원유(81.4%) 등 에너지류(88.9%), 철강재(95.4%) 등의 수입이 일제히 큰 폭 증가했다.
여기에 쉬지 않고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이 채권마저 매도세를 확대하면서 증권투자수지 항목으로만 90억달러에 육박하는 달러가 빠져나갔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동반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전체 국제수지는 8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달새 8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우리나라를 등진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 수출호조에 유가 하락전환.."9월 이후 흑자전환 기대"
현재까지는 연말로 가면서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이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일단 지난달 수입을 사상 최대 규모로 키웠던 국제 유가가 한단계 낮아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최근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WTI 기준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5달러 내외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중동과 동남아 지역 등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경상수지 흑자 전환을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지난달에도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전달 25.3%에서 56.8%로 두배 가량 높아졌고, 동남아지역에 대한 수출도 28.5%에서 53.1%로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지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33.3%에서 30.4%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하락을 반영하는데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면 8~9월까지는 높은 수입증가율이 유지되겠지만, 이후에는 수입증가세가 점차 둔해질 것"이라며 "이머징 마켓에서의 수요가 유지되고 유가하락 영향이 본격화되면 경상수지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수출 계속 잘될까..외국인 국내시장 이탈 계속될 듯
반면 경상수지가 연내 흑자로 돌아서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유가하락으로 수입증가세가 둔해지더라도 수출이 지금처럼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해 줄지가 의문이라는 것. 일본과 유럽 등 이미 주요 선진국 경기가 침체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진국의 경기부진 여파가 이머징 마켓으로 확산되면 이들 나라에서의 우리나라 상품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발 신용경색 여파가 계속되면서 이머징마켓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멈추지 않는다면, 자본수지 쪽에서의 달러 유출속도도 둔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이나 중국 등의 수출증가율이 이미 둔해지기 시작하는 등 국내 수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9월 대란설과 외환보유액 감소, 순채무국 전환 가능성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도 단기간내 잠잠해지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선진국 경기침체 본격화..수출 전선 문제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