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제소한 美 SEC, 다음 타킷은 코인베이스

SEC "광범위한 기만, 이해상충, 공시부족, 법 회피"
美암호화폐, 연방정부 증권법 잣대로 엄격 감시 시사
바이낸스 "암호화폐, 규제대상 아냐, 플랫폼 지킬 것"
증권법 위반 사전통지 '코인베이스' 주가 9.06% 급락
  • 등록 2023-06-06 오후 6:20:34

    수정 2023-06-06 오후 7:23:44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법원에 제소한 것은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보고 적극 규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취급하며 미등록 암호화폐를 연방정부의 증권법을 잣대로 엄격하게 감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암호화폐 업계는 증권과 엄연히 다르다며 별도의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게리 젠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우리는 13개 혐의로 자오 CEO와 바이낸스가 광범위한 기만, 이해 상충, 공시 부족, 계획적인 법 회피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며 “미국인은 힘들게 번 돈을 이런 불법 플랫폼에 투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가상통화 거래 플랫폼은 유가증권 거래소와 같으니 SEC에 등록하고 규제받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SEC는 바이낸스 측이 미등록 증권 거래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바이낸스가 고객 자금을 불법적으로 자오 CEO가 소유한 거래업체 ‘시그마체인’에 보내 바이낸스 내 암호화폐 거래량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금을 자오 CEO가 소유한 또 다른 업체 ‘메릿피크’에 보냈다는 사실도 숨기면서 증권법을 우회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바이낸스코인(BNB)과 바이낸스USD(BUSD) 등의 암호화폐를 판매하면서도 투자자 보호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고소장에 포함됐다.

SEC는 이런 행위에 대해 “바이낸스가 연방 증권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데에 따른 것”이라며 “바이낸스는 고객 자산을 상당한 위험에 빠뜨리면서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고 비판했다.

바이낸스는 SEC의 소송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바이낸스는 이날 반박 성명에서 “SEC의 고소에 유감”이라며 “암호화폐는 SEC의 규제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 플랫폼을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상화폐를 유가증권에 준해 규제하는 것에 대해 “글로벌 허브로서 미국의 역할을 약화시킨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관련 법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규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SEC의 다음 타깃을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로 보고 있다. SEC는 지난 3월 코인베이스에 증권법 위반 혐의 관련 사전 통지서인 ‘웰스 노티스’(Wells notice)를 보낸 바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9.06%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EC는 암호화폐거래소가 규제망에 들어오고 증권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한 어떤 사업도 하기가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수년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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