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최한나기자]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카드사와 가맹점간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분쟁의 핵심에 서있는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협상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내달 1일 `가맹점 계약 대규모 해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가맹점 계약 해지 사태가 일어난다고 해도 대부분의 시민들이 1장 이상의 카드를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 `카드결제 올스톱(all stop)`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석을 앞두고 카드 사용이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일정 부분 소비자 불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양측 입장 `팽팽`
가맹점 협회들이 모여 구성한 전국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단협)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을 0.1%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수료 인상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6개 카드사가 소속돼 있는 여신금융협회는 반박 자료를 내고 "수수료 인상은 과거 부실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후 부실을 막기 위한 생존 차원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미 지난 10일 한차례 공방을 주고 받은 상태다. 2주가 넘도록 양측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고, 상대를 공격하는 수위는 한단계 높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단협 대표들은 카드를 반으로 잘라버리는 `신용카드 절단식`을 가졌다. 이어 현금사용 운동, 궐기대회 개최 등 투쟁수위를 높여가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카드사 관계자들은 "가맹점측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하며, 가맹점측이 공동으로 실력행사에 나선다고 해도 수수료 인상을 절대 철회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비씨카드-이마트 협상 `지지부진`
수수료 분쟁의 서막을 열었던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협상도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다. 수수료 문제가 불거진 후 비씨카드와 이마트는 두세차례에 걸쳐 실무자간 협상 자리를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지난주에는 아예 협상 자리조차 갖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수수료 협상을 위해 여러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마트측에서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이마트 내부적으로는 이미 가맹점 계약 해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내달 1일부터 이마트 전국 65개 매장별로 현행 1.5%에서 2.0~2.35%로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고 공식 통보한 상태다. 이같은 수수료 인상에 이마트는 전(全)매장 가맹점 계약 해지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양측간 시각차가 커 이달안에 타결책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
카드사와 유통업게 싸움에 골탕먹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당장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가맹점 계약이 해지되면 비씨카드 회원 2600만명은 이마트에서의 결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카드사간 가동중인 `가맹점 공동이용제`를 통해 특정 카드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가맹점에서도 해당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씨카드와 이마트간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다른 카드사와 계약이 유지되고 있다면 비씨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가 새로 개점한 경남 양산점과 경기 파주점에서 `비씨카드 사용불가`를 내걸고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 계약 해지시 이마트는 비씨카드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비씨카드를 사용하려는 고객과 이마트측간의 실랑이가 예상된다.
국민은행의 KB카드도 이마트를 비롯한 국내 주요 할인점에 내달부터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고, 이에 롯데마트 등에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반발하고 있어 유통업계 전반의 `카드결제 대란` 발생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추석(내달 28일)을 앞두고 소비자의 카드 사용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카드사와 유통업계의 마찰은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