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장에게 묻다)김주현 "2분기말 경기향방 판가름"

"각 국 재정투입 계획대로 집행 여부가 관건"
"경기하강속도 완화됐지만 당장 개선 어려워"
"위기 진정 대비 인플레 대책도 마련해야"
  • 등록 2009-04-13 오전 11:00:03

    수정 2009-04-16 오후 10:55:31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추락했던 글로벌 경제가 다시 꿈틀대는 분위기다. 생산 등 일부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도 반등 랠리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 반등 및 과열에 대한 경계감도 크다. 전세계에 걸친 막대한 유동성 공급 덕택에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징후를 보이고는 있지만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는 현재의 경제국면과 향후 전망을 진단하기 위해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 원장들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실시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②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
③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④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구조조정과 각국의 재정지출 효과 등을 판단할 수 있는 2분기말이 향후 경기를 판가름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경기회복의 향방은 각국 정부가 쏟아부을 예정인 재정 투입이 조속히 그리고 제대로 이뤄지느냐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원장은 13일 경제 현안 진단 및 전망을 위한 이데일리의 `경제연구원장 릴레이 인터뷰`에서 "각국이 GDP(국내총생산) 2~3% 수준의 재정집행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가 조속히 되고 제대로 집행되느냐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고 생산활동이 나아진데다 코스피(KOSPI)와 환율도 안정되는 등 경기 하강 속도나 크기가 조금 완화되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지만 대외여건을 감안할 때 경기가 당장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김 원장은 "경기 회복의 터닝포인트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3개 메이저 경제권이 소비를 어느정도 정상적으로 해주느냐에 달렸다"며 "그 것이 우리 수출에 직결되는 핵심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경기 회복 패턴과 관련해서는 "최근들어 국내 경기의 하강 속도나 크기가 완화되는 국면이지만 아직 하락 추세에 놓여있다"며 "작년 4분기 급락 후 오는 3분기까지 횡보한 다음 4분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넓은 U자형`의 성장 패턴을 띨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원장은 정부의 경제정책 우선 순위에 대해 "추경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계획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믿을 수 있는 부분은 유효 수요를 만들 수 있는 재정 투입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위기 진정국면에 대비한 인플레이션 억제 대책 마련을 비롯해 ▲경기양극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교육 의료 관광 등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 등을 주문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 작년 4분기부터 급강하했던 국내 경기의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1~2개월 전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지.
▲최근의 수출 감소폭이 조금 줄어들고 생산활동이 나아지고, 코스피(KOSPI)와 환율도 안정되면서 "위기가 끝났느냐" "이제 올라가느냐"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기 하강 속도나 크기가 좀 완화되고 진정되는 국면으로 봐야겠지만 아직도 추세는 하락에 있다. 터닝포인트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볼 수 있어도 경기가 당장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

- 무엇보다 관건은 미국이다.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을 보면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다가 조금 진정되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불씨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주택시장의 하락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상업은행이 완전히 회복돼서 대출을 정상적으로 하는 상태도 아니다.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 정부가 1조달러를 만들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금융기능를 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투입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GM GE 등 대형 제조업체, 설비 유통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진원지인 미국부터 보더라도 위기가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

-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다행히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는데.
▲지난 1월 30%까지 급감했던 수출의 감소폭이 줄어든 것은 처음의 충격에서 좀 벗어나고 있는 과정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을 보면 경기 하락이 시작된 게 작년 3분기부터다. 3분기와 4분기 마이너스 성장했다. 특히 11월과 12월 들어서면서 세계가 굉장히 놀랐다. 경제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는게 아니냐, 또 실물경제로 충격이 오는구나 하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고, 기업들도 투자를 새로 하기 보다는 재고를 소진하는데 매진했다. 이렇게 소비도 안되고 기업들 투자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우리나라 수출이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1월과 2월들어 놀랐던 가슴이 좀 진정되는 국면이다. 그러면서 원래 가야할 생산 소비 수준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이다. 위축은 됐지만 일부는 정상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있다. 수출 감소폭이 줄어든 배경이다.

하반기에 들어 수출입이 안정을 찾으면 작년과 같은 증가율이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1, 2월 같은 감소폭은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다. 수출 구조가 지난 3~5년 사이에 굉장히 많이 변했다. 우선 수출 시장이 다변화됐다. 미국 의존도가 23%였는데 12% 정도로 떨어졌고, 그 대신에 아세안, 중국, 중동, 유럽 등이 늘어났다. 경쟁력 있는 품목도 다양화됐다.

지금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주력 상품인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 등에 의존하고 있는데, 앞으로 좀 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유망 업종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 경제가 쉽사리 살아나기 힘든 구조인데.
▲터닝포인트는 진원지였던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3개 메이저 경제권이 소비를 어느정도 정상적으로 해주느냐에 달렸다. 그 것이 우리 수출과 직결된다. 생산활동도 처음에 왕창 줄였다가 지금 조금씩 회복되면서 조정해가는 과정이다.

- 그렇다면 앞으로 경기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1분기는 수출 소비 투자 모두 나빴기 때문에 전년동기로 보면 작년 4분기(-4.3%)보다 더 좋지 않을 것이다. 2분기도 대체로 1분기와 비슷한 폭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1, 2분기 모두 -4% 전후로 역성장할 것이다. 아직 하락국면이어서 경기 회복국면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2분기가 지날 때가 되면 향방이 갈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마무리가 어느정도 빨리 되느냐, 또 각국 재정 지출이 조속히 집행되고 이 것이 경기로 반영되느냐에 따라 2분기말이 되면 판가름이 날 것이다.

각 국이 쏟아붓고 있는 재정 투입이 제때 그리고 제대로 되느냐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각 국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GDP(국내총생산) 2~3% 수준의 재정집행을 하겠다고 말을 하고 있지만 국회 통과가 조속히 되고 제대로 집행되느냐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재정이 제대로 투입되느냐에 따라 2분기 이후의 경기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2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지금 국회에 가있다. 국회 통과돼야 하고 금액이 깎이지 않아야 한다. 또 집행이 2분기부터 될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런 것들에 의해 경기회복 시기가 달라질 것이다. 모든 국가가 재정투입을 계획대로 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하반기에 어느정도 터닝포인트를 잡겠지만 그 게 나라마다 늦어지고 하면 하반기에 좋아진다는 가정도 달라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재정투자를 얼마나 해서 해당 국가의 경기를 살리느냐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가 많이 수출하는 반제품들이 이들 국가의 경기가 돌아가는데 소요된다.

- 경기 바닥 시점은 언제로 보는지. 정부는 1분기를 바닥으로 보고 있는데.
▲작년 4분기 절벽으로 떨어졌다. 그런 이후에 횡보하고 있다. 1분기가 바닥이냐 2분기가 바닥이냐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부가 전년동기대비 1분기 -4.5%, 2분기 -4.3%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차이가 없다고 본다. 실제로 보면 거꾸로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2분기가 바닥이 된다고 해야 하는가.
현대경제연구원은 상반기가 바닥이 되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 2분기말이 가장 나쁜 수치를 보일 것이고, 3분기도 여전히 횡보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1분기와 2분기 -4%대 역성장하고, 하반기에 -0.6~-0.7로 내다봤다. 3분기가 조금 나아지더라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하고, 4분기는 기저효과(base effect)에 의해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 바닥 시점도 중요하지만 회복 패턴이 더욱 중요하다.
▲3분기까지는 L자형으로 간다고 봐야한다. 4분기는 지표상으로 올라가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넓은 U자형`이라고 볼 수 있다.

- 현대경제연구원은 전망치 수정 계획이 있나.
▲올해 성장률을 -2.4%로 예상하고 있는데 수정할 생각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분기별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 위기가 지나가면 세계 경제패권을 둘러싸고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많은 전문가가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만큼 위기가 끝나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산업별로 보면 선진국, 개도국이 한꺼번에 충격을 받아 침체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대공황과 1차 오일쇼크 때 정도만 그랬다. 보통의 경우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경기사이클이 조금씩 달랐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처럼 동반 침체하는 시기에 많은 질서의 변화가 있었다. 주도국도 달라질 수 있고, 주도산업의 순위도 국가간에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위기는 경제패권이 미국 주도의 NAFTA 경제에서 동북아시아로 넘어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완전히 넘어오지는 않겠지만 예전보다 동북아로 파워가 많이 넘어올 것이다. 특히 중국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내 구조를 보더라도 미국 GM과 크라이슬러의 위기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주력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반도체 산업도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것이고, 통신장비에서도 삼성이나 LG가 노키아 같은 곳을 딛고 일어선다든지 하는 산업내 순위가 이런 혼란을 거치면서 바뀌는 과정이 될 것이다.

기업도 흥망성쇠가 달라질 것이다. 충격이 갖고 오는 변화다. 마라톤할 때 좋은 길에서는 순위가 잘 안바뀐다.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나타낼 때 2등이 1등을 치고 올라서는 것 처럼 이같은 충격과 혼란이 생기면 순위가 바뀌는 일이 발생한다. 우리가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계기다. 위기가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기다.

- 그렇다면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어떻게 돼야한다고 보나. IMF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IMF 때는 우리기업의 부채구조가 나쁘고 효율성이 떨어지고 해서 발생한 위기다. 그래서 기업 구조조정하면서 400%가 넘던 부채비율을 100%로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회사도 많이 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세계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물론 경쟁력이 떨어지고 과잉 투자됐던 부분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부의 일로 인해 갑자기 어려워졌는데, 우리가 먼저 기업의 문을 닫는 등 과도하게 우리의 경쟁력을 저해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경기가 회복되면 달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지 우리가 선제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일부 조선이나 건설 등 공급과잉으로 문제가 생긴 것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자동차 반도체 정보통신 등 주력산업은 우리가 남보다 먼저 손댈 필요가 없다. 다른 나라의 생각도 비슷하기 때문에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난리를 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가 어렵다고 해서 하이닉스를 팔아버리면 자본력 있는 중국이 덜렁 사서 몇년 지나면 우리의 경쟁자로 올 수 있다. 주력산업내 구조조정은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모두 내다보면서 하는 게 맞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그런 것을 인지하고 주력산업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과 같은 위기의 경우 미래를 내다보면서 위기를 대처해야 한다.

- 글로벌 경제의 안정화 여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나 상황이 있다면 무엇인가.
▲미국 쪽에서는 두개를 봐야 한다. 우선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던 주택가격이 어느정도 정리되는가를 봐야한다. 여기에는 파생상품이 많이 걸려있다. 주택가격지표인 케이스/쉴러 지수로 보면 2006년 7월이 고점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수가 거의 30%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재고로 보면 아직 평균보다 높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평균 250만채였고, 지수가 고점이었을 당시에는 460만채까지 늘어났다. 지금은 380만채다. 지수가 엄청나게 떨어졌는데, 재고는 아직도 많은 편이다. 따라서 주택시장의 버블이 완전히 꺼져서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미국의 금융시장 구조조정은 많이 진행됐지만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은 시작 단계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실물경제의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대규모 감원(layoff)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개인신용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불안한 요인이 미국 금융시장에 남아있다고 봐야한다.

또 하나를 본다면 동구권 부실에 따른 서유럽 은행의 악영향이다. 유럽계 금융기관이 금융위기의 두번째 파고를 맞는 게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도 엄청난 잠재적 파장으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이미 동구권 국가 7~8개가 IMF 구제금융을 받았고, 우리나라 IMF 때와 비교하면 금액도 크지 않다. 큰 지진 후의 여진 정도로 보면 되지 않나 싶다.

결론적으로 세계경기가 진정되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미국 주택지표, 신용시장 문제, 그리고 동구권 부실로 인한 서유럽 금융기관 부실 확산 여부로 요약된다. 이들 3개 지표를 보면 적어도 금융시장의 안정여부를 알 수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마무리되고 나면 남는 것은 각 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 재정투입이 즉시 시행되고 있는지, 또 그러한 움직임이 경기를 살려내고 있는지를 보면 될 것이다.

- 중소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나.
▲정부 입장에서 중소기업은 항상 딜레마다. 중소기업은 많은 고용을 담당하고 있지만 스스로 서기에는 경쟁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냥 내버려두고 알아서 살아라 하기에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라는 문제는 항상 갖고 있다.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의 형태는 세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는 자기 브랜드로 해외시장을 뚫은 중소기업이다. 모자, 텐트, 행글라이더 등 세계적으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곳이 많다. 이들 업체는 정부가 조금만 지원하면 세계적인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다. 두번째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다. 이 그룹도 정부의 지원과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그룹은 내수시장 위주의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다. 이들 중소기업은 중국에서 싼 물건이 들어오면 경쟁력이 바로 없어진다. 국민들로 보면 차상위 계층에 속하는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기업에게 구조조정해서 경쟁력을 키우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국하고 어떻게 경쟁하겠는가. 보듬고 갈 수 밖에 없다.

- 환율이 어느정도 안정화되는 분위기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하는가.
▲기본적으로 환율의 수준을 전망하지는 않는다. 환율은 각국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 환율이 절하되니까 수출 물량이 줄더라도 금액이 상당부분 보전됐고, 경쟁력이 없었던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서 일본 업체가 와서 사가기도 하고, 여행객들도 들어오고 그러면서 환율이 균형을 찾아간다.

금융위기 이후 불안하니까 모두 달러 매입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여유가 있는 투기자금이 한국 등 아시아권으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국내 은행도 차입하고 정부도 외평채 발행했고, 올해 150억~200억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요인들이 모아지면서 환율이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분기말 달러 수요가 몰리거나 금융시장이 다시 악화되면 환율이 출렁거리기는 하겠지만 추세는 하향으로 봐야할 것이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나면 각 국에 움츠리고 있는 투기자금이 투자처를 찾아나설텐데, 이미 아시아의 투기자금 유출이 주춤하면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동구 남미 유럽과는 다르다. 이번 위기가 진정되면 아시아의 회복이 빠를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해동안 우리나라에서 600억달러의 간접투자자금이 빠져나갔는데, 그중 절반만 다시 들어와도 경상수지 흑자 예상규모의 두배에 달한다. 이 변수가 환율시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지금은 나갈 돈은 다 나갔고, 들어올 돈만 남아있다. 과거에 환율이 1200원에서 950원대까지 떨어질 때도 이런 자금의 영향이었다.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환율이 출렁거릴 수 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세계금융시장과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 속도에 따라 투기자금의 환류 속도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기자금이 대규모로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면 외환시장은 또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 현대그룹 계열 연구소로서 개성공단에 대해 할말이 많을 것 같은데.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한 방법으로 시작해서 북한 근로자 3만5000명과 우리 기업이 함께하는 사업이다. 그 곳에 들어가 있는 기업 대부분은 다른 곳에서 제품을 만들면 수지가 맞지 않는 기업들이다. 북한 근로자에게 한달에 7만원 주는데, 남쪽에서 140만원 주고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 봉제라든지 손쉬운 조립공정을 갖춘 기업들이다. 북한은 싼 인력을 제공해서 인건비 가져가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하는 윈윈 모델이다.

앞으로 남북의 정치적 경색이 해소되면서 가야하는 모델이다. 지난 10년동안 고생해서 이정도까지 왔는데, 몇년 뒤에 또다시 시작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든다. 이왕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북한의 시장경제에 대해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좋은 모델이라면 어렵더라도 살려가는 게 좋다. 문을 닫고 또 시작하려면 불신을 또다시 딛고 일어서기는 너무 힘들다. 우리기업들도 언제 문닫을지 모르는데 무엇을 믿고 하겠는가.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한다는 순전히 경제적으로 보면 되는 것 아닌가. 개성공단은 큰 틀에서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다.

-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거의 다 풀었다. 부동산시장이 꿈틀대는 기운이 도는데.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도 다른 상품처럼 취급해야 한다. 수요공급 원칙에 의해 공급도 하고 이러한 원칙에 의해 가격도 결정돼야 한다. 공급할 때 수요가 어느정도 있을 것인지를 예측하고 안팔리면 가격을 깎게 해서 팔도록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오랫동안 이 과정에 개입했다. 재건축 등을 허가 해줬다가 또다시 안해줬다하는 등 정책적 개입이 많다보니까 기업이 져야하는 책임도 정부가 지게 됐다.

미분양이 생기면 가격을 깎아서 팔든지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에서 들어와 재건축을 해주고 안해주고 하다보니까 미분양이 생기면 정부가 책임지는 구조다. 양도세를 깎고 거래세를 깎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앞으로 끊임없는 치킨게임을 해야한다. 마치 양복이 안팔려서 재고가 잔뜩 쌓여있는데 양복가격을 깍아주는 게 아니라 부가세를 깎아주는 것과 같다. 주택정책의 악순환을 막을려면 정부가 세제로 조정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 주택이라는 특수상황도 있지만 정부는 큰 틀만 정해놓고 가격기능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 정부 정책에 대해 한말씀 하신다면.
▲정부는 추경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계획대로 잘 집행해야 한다. 지금 믿을 수 있는 부분은 유효 수요를 만들수 있는 재정 뿐이다. 또 위기가 진정국면으로 갈 경우를 대비해 인플레이션 억제 대책도 사전에 생각해야 한다. 경기양극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해야 하고, 서민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이 사회적 불안 세력으로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서비스산업인 교육 의료 관광 관련해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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