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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산천동에 사는 기남형(38)씨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도읍(재선·부산 북강서을) 의원의 4급 보좌관이다. 하루 평균 받는 문자와 전화만도 200여 통. 얼마 전 일반 충전기에서 급속 충전기로 교체했을 정도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빡빡한 일정에 점심을 거를 때도 잦단다. 국회의원의 분신이 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보좌진의 삶을 지난 21일 이데일리가 들여다봤다.
김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라는 당직을 맡으면서 기 보좌관의 일상은 19대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지역구의 민원처리와 야당과의 실무적인 협상을 도맡게 됐기 때문이다.
‘의원님’ 기사체크로 일과 시작
기 보좌관의 하루는 새벽 5시반에 시작된다. 소형차인 ‘모닝’을 타고 의원회관 408호에 도착한 시각은 6시반. 가장 먼저하는 일은 ‘의원님’ 기사 체크다. 검색포털사이트에 ‘김도읍’ 세 글자를 치고 최신순으로 기사배열을 한 뒤 밤사이 발생한 기사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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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까닭에 의원회관에서 걸어가면 5분 거리에 있는 국회 본청에도 의원 전용 자가용을 이용했다. 방송·사진·펜 기자들이 얽히고설켜 김 의원을 취재하는 동안 기 보좌관은 김 의원 뒤를 묵묵히 지키고 섰다. 그림자 역할이 그의 일이다. 김 의원이 하는 멘트 자체가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한마디 놓칠세라 꼼꼼히 메모도 곁들였다.
기 보좌관은 “요즘은 지역 최대 현안인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 지역민원이 많아요. 김 의원님은 지역구가 부산인데다 당 원내수석이어서 대야 협상과 지역현안이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의 수첩에는 △9시 원내대책회의 △10시 본회의(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연설) △10시40분 신공항 관련 부산의원 대책회의 △오후2시 부산지역 의원 간담회 △오후2시30분 가덕 신공항 관련 주요당직자회의 △오후3시15분 신공항 결과 발표 후 부산지역 의원 간담회 △오후5시 사무실 대책회의 등 하루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냉면 한 그릇 못 비운채 회의 직행
점심 때가 되자 냉면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던 기 보좌관은 한 젓가락 뜨기도 전에 의원회관으로 직행해야 했다. 김 의원의 전화 한 통을 받고 서다. 통화 밖으로 김 의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가느냐. 이번에 가덕도로 결정이 안되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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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 결과 영남권 신공항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났다. 김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부산시민이 이번 결정에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기 보좌관은 이때부터 더 바빠졌다. 지역민원이 쇄도하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밤 상황도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이번 결정에 대한 대책수립마련을 위해 의원회관에서 밤샘작업을 계속 해야 했다. 기 보좌관은 “평소 같으면 주로 정·관계 인사들과 만찬자리가 있고 하루에 ‘두 탕’을 뛰는 일도 허다하다”며 “이러나 저러나 칼퇴근은 없다”고 했다. 기 보좌관은 오늘도 자정이 다돼서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에 가면 내일 신공항 관련 시·도 중진회의가 있는데 그거 또 준비해야죠.” 그렇게 기 보좌관은 24시간도 부족한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