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급등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이 양도세 중과, 종부세 등 규제로 가격이 뒷걸음친 반면 도봉구, 노원구 등 강북권 아파트는 전세난을 이유로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약진 중이다.
◇11.15 뒤 강남 상승세 꺾이고 강북은 `강세`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의 아파트 시세 조사에 따르면 11.15대책 발표 직전 이후 한 달간 도봉구는 7.49%, 노원구는 6.9% 올랐다.
한 주간 평균 도봉구는 1.87%, 노원구는 1.72% 오른 것으로, 같은 기간 서울지역 평균 한주간 상승률 0.66%보다 도봉구는 3배, 노원구는 2.6배 높았다.
반면 주요 강남권 지역은 11.15 대책의 여파로 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송파구와 서초구는 대책 발표 이후 한 달간 각각 1.54%, 1.69% 오르는 데 그쳤다. 한 주 평균 각각 0.38%, 0.42% 오른 셈이다. 고덕주공을 중심으로 가격 오름폭이 컸던 강동구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강동구는 한 달간 1.7% 오르는 데 그쳤다.
11.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강북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이 뛰는 데는 서민들의 집값 불안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집값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사놓자"며 대거 주택 매입에 나서면서 이들이 주로 찾는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는 호가가 연일 급등하는 가운데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마저 다시 들어가는 등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특히 이런 현상은 서울 노원, 강북, 도봉 등 서민 주거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17평형은 1주일 동안 평균 700만원이 뛴 9000만-9500만원 선이다. 입주 중인 월계동 롯데캐슬 24평형도 같은 기간 1000만원이 올라 최고 2억7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가격 상승이 더 크다. 리모델링 추진 소문이 끊이지 않는 창동 상계주공 19단지는 최근 한달간 1000만-2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소형은 1000-2000만원, 중대형은 2000-3000만원씩 오른 단지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1단지 인근 W공인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 비수기였는데, 이젠 성수기"라며 "내년 초 전세 대란이 우려되면서 서둘러 집을 사려는 세입자와 신혼부부 수요가 끊이지 않아,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강남 다주택자, 재건축 막판 떨이..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 꺾여
강남 주요 아파트 가격이 약 보합세를 보이는 데는 2주택자 양도세 회피 매물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한도가 줄고 있는 은행권 대출이 실수요자를 제외하고는 아예 막혀, 매수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상일동 M공인 관계자는 "12월 말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 회피용 매물의 경우 올해 안에 잔금을 치르고 등기이전을 해주는 조건으로 매매가격을 몇 천만원씩 깎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재건축 단지에서도 시세 대비 몇 천만원씩 저렴한 급매물이 등장하면서 이달 들어 거래도 이뤄졌다.
개포주공 저층 1단지 15평형의 경우 현재 시세인 9억4000만∼9억5000만원보다 낮은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인근 D부동산 관계자도 "양도세 회피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지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라며 "그나마 매수 의사를 밝힌 수요자들도 `가격이 더 떨어지면 사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11.15 부동산 대책 이후 강북은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뛰는 반면 강남은 사실상 대출총량규제 효과로 매수세가 꺾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