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에게 당했다”.. 티켓사려다 33억 뜯긴 4천명

310명 이름의 대포통장으로 온라인 거래 사기 ‘기승’
합친 피해액만 약 33억…최대 피해자는 8000만원 달해
개별 건으로 보면 소액으로 수사 진척 지지부진 ‘한계’
전문가 “경찰, 용의자 특정 어려워…개인도 조심해야”
  • 등록 2024-07-07 오후 2:44:35

    수정 2024-07-07 오후 7:16:13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직장인 신승연(26)씨는 지난 3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 MLB 표 2장을 140만원에 사려고 ‘박철우’란 이름의 통장에 돈을 계좌이체 했는데 그 후부터 온라인 거래자와 연락이 닿질 않아서다. 신씨는 다음날 온라인 거래자에게 다른 계정으로 접근해 표를 구매하려 하자, 이번에는 ‘김건오’란 이름의 통장에 돈을 넣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씨는 “다음 날에 또 다른 계정으로 접근하자 이번에는 ‘배미하’란 이름을 제시했다”면서 “나와 같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 생각해 단톡방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아봤더니 그 숫자가 4000명에 이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포통장을 활용해 온라인 거래에서 사기를 친 이들은 동일한 주민등록증에 이름을 바꿔가며 거래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이미지=제보자)
합친 피해액 약 ‘33억’…최고 피해금액 ‘8000만원’

7일 피해자모임 등에 따르면 신씨와 같이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본 이들만 47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씨처럼 온라인에서 표와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3월 사기를 당한 직후 온라인에서 피해자 모임을 꾸렸다. 신씨는 “이 모임에 가입하려면 본인 인증은 물론이고 사기 피해를 당했던 캡처본과 대화 내역, 이체 내역 등을 검증 받은 뒤에 가능하다”면서 “지금도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표와 중고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통장에 넣었지만, 연락이 두절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 사기꾼은 동일한 주민등록증에 사람 이름을 바꿔가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들 피해자가 사기를 당한 대포통장의 개수는 1892개, 여기에 사용된 명의자 이름은 310개로 집계됐다. ‘문주영’이란 이름의 대포통장으로 사기를 친 경우가 87번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들은 해당 이름으로 경찰서에 113번 신고를 한 상황이다. 이어 김현수란 이름으로 67번, 안병주란 이름으로 53번의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건 경우 경찰 신고 건수가 각각 95건, 98건에 달했다. 박모(22)씨는 온라인에서 뮤지컬 티켓을 35만원을 주고 사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해 지난 2일 마포경찰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 범죄 특성 상 진정서가 접수된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계좌의 주인이 누군이지 알아보는 단계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피해액이 33억 5056만 49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훈아 티켓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8000만원의 돈을 쓴 경우가 가장 큰 피해 금액이었다. 이어 6230만원과 5200만원을 티켓을 구매하려는 과정에 쓴 이들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 측은 “100만원 맞춰서 다시 입금해줘야 환불 된다는 식으로 해서 계속 보내다보니 저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이름만 바뀐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며 안심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예컨대 한 명의 민증을 놓고 이름은 ‘오승현’, ‘박철우’, ‘강비송’ 등으로 바꾸는 식이다. 한 개 민증을 두고 최대 12번의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동일한 회사 명함을 가지고 이름만 바꾸거나, 사업자 등록증의 이름 등을 바꾸며 사용하기도 했다.

소액으로 수사 진척 ‘한계’…“소비자들 주의·조심”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이미지=게티이미지)
문제는 이 범죄의 규모에 비해 경찰의 수사는 더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개별로 보면 소액이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있다보니 수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문적으로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조직이 있거나 하면 검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도 “피해 금액이 크면 당연히 조사가 빠르게 되겠지만, 소액이라면 하나하나 챙겨보는 게 쉽지 않다”면서 “과거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을 핑계로 주인에게 10만~20만원씩 뜯어낸 사기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식당 10군데씩 돌며 꽤 큰 규모의 사기 범죄를 저지른 경우였지만 신고하기 전까지는 소액의 개별 사기 사건이라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스스로 조심해야 하며 나아가 피해를 당했을 경우 즉각 신고해 추가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신분 자체가 위조돼 있고 다른 사람의 계좌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결국에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1차적으로 주의와 조심을 해야 하며, 사기를 당하면 신고해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차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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