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저승사자` 자임한 조성욱號 2년…공정화법까지 강행 주목

취임부터 강조한 디지털 공정경제…국내외 빅테크 겨냥
구글·쿠팡·카카오모빌리티 등 불공정 이슈 동시 조사 중
부처 간 기싸움 번진 온플법 입법 등서 정치력 시험대에
새 공정거래법 안착 남아…실트론·대형M&A 심사도 과제
  • 등록 2021-09-12 오후 2:45:13

    수정 2021-09-12 오후 9:29:12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하는 과정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는 전임 김상조 위원장의 업적이지 조 위원장이 해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은 조 위원장에 대한 공정위 안팎의 평가는 이처럼 진행형이다. 공정위 최초 여성 수장이자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공정거래위원장인 그는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공정경제`를 화두로 내세워 2년 간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해왔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약 6개월 남은 실질 임기 중 디지털 공정경제를 위한 법제화까지 성공, 규제만 집중한 `저승사자`가 아닌 공정한 빅테크 질서를 만든 `정원사`로 평가 받을 지 주목된다.

취임부터 강조한 디지털 공정경제…국내외 빅테크 모두 겨냥

조 위원장은 지난 2019년 9월 취임 일성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 행위를 제재해 시장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밝히며 빅테크 기업을 정조준했다. 그간 혁신 이미지를 앞세워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국내외 빅테크 공룡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상조 전 위원장이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는 등 재벌 개혁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차별화한 것이다.

취임 직후 ICT전담팀을 설치해 플랫폼 내에서의 갑을 관계, 소비자 피해, 독과점 이슈 등을 살피기 시작한 조 위원장은 이후 애플, 네이버, 배달의민족, 쿠팡 등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의 갑질 행위를 적발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에 수리비용 및 광고비를 떠넘긴 애플이 10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을 자발적으로 내놨고,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상품을 상단에 먼저 노출 시킨 네이버에는 267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또 납품업체에 경쟁 온라인몰 납품가를 인상하고 광고 등을 강요한 쿠팡도 제재했다.

온라인 플랫폼 관련 현재 심리 중이거나 조사 중인 사건도 다수다. 공정위는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갑질 관련 마지막 전원회의 심의를 마치고 곧 제재 수위를 발표한다. 구글이 인기 게임을 자사 앱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에만 출시토록 한 행위는 조사를 마쳤고, 인앱결제를 강제한 것도 조사 중이다. 쿠팡이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자사 제품이 먼저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8대 대기업집단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 기업대표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카카오에 대해선 최근 이슈가 된 택시 배차콜 차별을 조사 중이다. 택시 호출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에는 승객호출을 몰아주고 비(非)가맹 택시를 차별했다면 이는 시장지배력 및 거래상 지위 남용이 될 수 있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최근 대기업 주식소유현황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카카오, 네이버 등 IT 대기업집단을 별도 분리해 지적한 것도 조 위원장 의지의 연장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재 활발하나 입법화 속도 더뎌…국회 영향력 김상조와 비교

다만 관련 입법화는 더딘 상황이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공정거래를 도모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권한을 자신들에게 두는 같은 취지의 법안을 뒤늦게 내면서 공정위 소관인 국회 정무위원회와 방통위 소관인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의 기싸움으로 번졌고,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무회의까지 통과한 법안이 정치권에서 공전하는 사태를 학자출신인 조 위원장의 아쉬운 정무 능력에서 찾기도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낼 만큼 정권 실세였던 전임 김 위원장이었다면 국회 내 조율이 조금 더 쉽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다. 최근 공정위의 해운업체의 담합 관련 제재 움직임에 정치권이 돌연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해 공정위의 관련 규제 권한을 없애고 제재를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지난 8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장 수여식 및 제7회 소비자정책위원회에 참석해 대화하며 ‘소비자24’ 티셔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전임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위원장 권한을 넘어선 사실상 정치인에 가까운 면모가 많았다면 조 위원장은 전형적인 교수 출신 관료”라며 “김 전 위원장의 행보가 맞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내부에서는 아쉬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공정거래법 안착 촉각…SK실트론·대형 M&A 심사도 과제

조 위원장의 또 다른 성과와 숙제는 12월30일부터 시행되는 새 공정거래법의 조기 안착 여부다. 김 위원장이 초안을 잡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은 조 위원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 12월 무사히 국회를 통과했다.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40년 만의 대변화다.

공정위는 현재 개정안의 세부지침을 담은 시행령 및 규칙 등을 제정하는 데 한창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국회 입법을 성공적으로 마쳤기에 안착이 위원장의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근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관련 심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기업결합 심사 등도 조 위원장의 남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앞서 이데일리TV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사 기업결합 관련 연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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