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펀드전망)①자금 이탈을 막아라

해외주식형 자금이탈 예상..국내주식형·MMF 선호될듯
주가 상승할수록 환매 압력 가중..`시간과의 싸움` 시작
  • 등록 2008-12-24 오전 10:30:00

    수정 2008-12-24 오전 10:22:48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2008년은 전세계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화되며 펀드투자도 우울한 한 해였다. 2009년에는 펀드수익률이 서서히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고통스러운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시가 어느정도 반등하면 환매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는 시장 회복에도 부담이다. 이데일리는 3편에 걸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자산운용업계 환경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고되는 내년 펀드시장의 이슈를 점검해 보고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올 한해 성장통을 앓은 펀드시장이 내년에는 어떻게 달라질까.

내년 펀드시장은 2004년 이후 지속된 양적인 팽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배분 차원에서 한동안 주목받아왔던 해외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이탈이 본격화되는 반면 국내주식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대안상품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형펀드는 수익률 부진이 장기화돼 투자자들의 손실 감내도가 약화되고 있다. 특히 해외펀드 비과세혜택이 내년말로 종료되는데 반해 장기 적립식에 대한 세제혜택이 국내주식형펀드에 대해서만 주어진다는 점도 해외펀드 입장에선 부담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은 세계적인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와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펀드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해지겠지만 국내주식형펀드 중심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내년 펀드시장 양적팽창 멈출 듯.. 해외펀드 자금이탈 가능성

증권사들은 내년 펀드시장이 올해말 대비로 10% 정도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내년 전체 펀드설정액이 올해보다 10% 가량 성장한 388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올해보다 18% 증가한 168조2000억원,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25% 감소한 22조원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안정추구형펀드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내년 MMF 설정액은 올해보다 14% 증가한 95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도 펀드수익률이 최악의 부진세를 기록함에 따라 펀드시장의 성장탄력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전체 펀드수탁고는 올해대비 약 10% 증가한 38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국내 펀드시장은 올해대비 8.6% 증가한 382조원으로 성장하고 국내주식형과 MMF가 양적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라며 "시장 성장률이 4년만에 처음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안전자산 선호로 펀드수탁고 성장 둔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개인의 투자여력 축소도 개인 비중이 높은 펀드시장의 성장세를 단기적으로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다만 주식형펀드의 성장을 주도했던 적립식펀드의 판매증가률도 작년말을 정점으로 올 3분기 2.61%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적립식 펀드 판매잔고는 당분간 완만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단기 집중투자로 인한 쏠림현상으로 리스크를 체험한 투자자가 많이 때문에 최근 4년간의 양적 성장을 거친 펀드시장은 내년 포트폴리오 조정과정을 거칠 확률이 크다"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재 해외주식형펀드 포트폴리오는 중국펀드가 34%, 브릭스펀드가 20.6%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이머징시장으로의 집중 현상이 심하다"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고수익추구의 이머징시장과 액티브주식형펀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안전자산 선호 `ETF 등 대안상품` 주목

내년 펀드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고조되는 등 부정적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금리에 따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장기투자에 대한 인식 확대와 퇴직연금 기반 확산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 펀드시장 성장세도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상승시 환매압력 증가로 펀드런(대량환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증시급락으로 펀드수익률 부진이 지속되면서 올 하반기 들어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는 코스피지수를 대략 1400선이 넘어서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펀드자금이 은행예금으로 대규모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식형펀드에 비해 신용리스크 회피 심리로 MMF, CMA를 중심으로 한 단기성 상품은 당분간 주식형펀드를 대신할 대체상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펀드 투자유형이 다변화되는 가운데 파생상품, 헤지펀드 등에서 안정추구 성향의 대안형펀드 상품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일반 주식형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입과 환매에서 자유롭고, 수수료도 저렴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ETF시장은 2005년까지 6개 상품에 불과했지만 2006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는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며 시장개설 당시 3500억원 수준에서 11배 이상 급성장했다.
ETF의 일평균 거래량도 2004년 100만좌 수준에서 3배 이상 증가한 330만좌 수준까지 증가했으며, 일평균 거래대금도 730억원으로 2004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ETF의 인기는 일반 펀드에 비해 연 0.34~0.66%의 낮은 운용보수와 세금이 없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ETF는 매매시 부과되는 수수료만 결제하면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수익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즉시 환매가 가능하고, 수익증권 결산시 발생하는 세금의 원천징수 문제가 없는 등 유동성의 극대화를 통한 단기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안투자 상품으로 주가연계펀드(ELF)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ELF는 펀드수가 1000개 이상 급증하며 총설정액이 1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수 급등락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상반기 ELF의 매력 부각되며 4조4000억원 자금이 유입된 반면 하반기는 지수급락 과정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내년에는 만기상환에 따른 자금이탈 가능성 있지만 변동성 장세의 대안으로 지수연계 ELF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펀드투자 시간과의 싸움 시작..펀드 스타일간 격차 나타날 듯

전문가들은 내년 펀드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증시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펀드투자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올해 주가하락에 따른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의 매력도는 높아졌다는 투자의 기회도 상존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내년은 펀더멘털과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익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글로벌자산 가격은 신용위기와 실물경제 둔화를 과도하게 반영한 재앙적인 경제상황을 전제한 수준으로까지 몰리고 있지만 이는 전례없는 투자기회라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올해 원금손실이라는 쓴맛을 경험삼아 펀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고수익 기대심리가 사라지고, 시간과 분산투자라는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목표수익률과 감내가능한 위험, 자금 지출계획 등에 따른 펀드 자산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는 물론 해외도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에 대한 분산투자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 동조현상을 보였던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에 대한 상관관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경기부진 등으로 기업의 안정적인 사업모델과 유동성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펀드스타일간 격차가 부각될 것"이라며 "내년은 펀드 수요기반 확충, 국내외 자산균형, 상품구조 건실화 등 내실을 다지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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