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심장병·암… 식이섬유가 만병통치?

식이섬유 각광… 맥주까지 등장
미역·귤 등 수용성이 좋아
노인·어린이·설사환자는 조심
  • 등록 2007-12-12 오전 10:05:00

    수정 2007-12-12 오전 10:05:00

[조선일보 제공] ‘제 6의 영양소’ 식이섬유의 열풍이 거세다. 변비에 좋은 것으로만 알려져 있던 식이섬유가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고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암 등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것.

2002년 식이섬유가 함유된 다이어트 음료를 출시한 CJ는 전년 대비 약 5%의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말형태 식이섬유제를 판매하고 있는 DHC는 2004년 출시 이후로 “매출이 3년 새 6배가 뛰었다”고 한다.

식이섬유 바람은 ‘맥주’에까지 미쳐 지난 6월 하이트맥주는 식이섬유가 함유된 맥주를 출시했고 현재 48만 상자(1상자 500㎖ 20병)를 판매했다. 업체관계자는 “전체 맥주시장에서 프리미엄 맥주는 약 5%인데 식이섬유 맥주 비중은 약 44.6%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식이섬유가 첨가 또는 보강된 과즙음료, 스낵, 아이스크림, 즉석 밥, 냉면 등이 출시돼 순조로운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 식이섬유가 부족한 한국인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혜성 교수의 논문 ‘한국인의 식이섬유 섭취 상태의 연차적 추이’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식이섬유 섭취 추정량은 1969년 24.46g에서 1990년 17.31g로 약 30% 감소했다. 쌀과 나물 중심이던 전통적 식단이 서구식으로 바뀌었기 때문.

2006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19.8g로 1990년에 비해 소폭 증가했으나 아직 권장량(한국영양학회 12g/1000㎉, WHO 27g~40g)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혜성 교수는 “자연식품 보다는 가공식품이나 정제식품 섭취가 늘면서 식이섬유 섭취량이 크게 줄어 들었으나 최근 식이섬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섭취량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어떤 효과가 있나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수용성 식이섬유’를 심장병 예방효과 A등급(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음)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영양학자 크리체브스키(Kritchevsky) 박사의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식이섬유를 하루 20g이상 섭취하면 관상동맥 등 순환계 질환 발병률이 낮아지는데 특히 감귤, 사과, 귀리, 미역 등 물에 녹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는 또 콜레스테롤로부터 만들어지는 담즙산을 흡착해 배설시켜 콜레스테롤의 소모를 촉진하고, 장에서 식이섬유에 의해 만들어진 단쇄지방산들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시켜 고지혈증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또한 미국임상영양의학회지에 따르면 변 배설량은 물에 녹지 않는 옥수수껍질, 통곡, 양배추, 당근 등 불용성 식이섬유 섭취량에 비례하여 증가했으나 효과를 볼 수 있는 최대치는 32g이었다. 변의 양이 증가하고 배설빈도를 많아지면 발암물질이 장을 빨리 통과해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

또 장내 미생물에 의해 식이섬유가 발효돼 만들어지는 단쇄지방산은 장내 산도(PH)를 낮춰 유해세균 증식을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 밖에 식이섬유는 칼로리가 거의 없고 음식물이 위에서 장으로 배출되는 시간을 지연시켜 오랫동안 포만감을 느끼게 하므로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소장에서 당이 급속도로 흡수되지 않도록 해 체내 인슐린 요구도를 낮추면서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으로 고지혈증과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 당뇨병, 대장암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서 식이섬유는 현대인의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그러나 식이섬유의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성장기 어린이, 장에 가스가 차거나 설사를 하는 사람은 지나친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어떻게 섭취해야 하나

식이섬유는 자연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식이섬유와 더불어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이 함유돼 있기 때문. 200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상용식품 150종의 식이섬유 함량분석’결과에 따르면 1위는 미역(말린 것)으로 43.43g(100g당)이었다. 그 외에도 김(33.6g), 강낭콩(19.15g), 카레(6.89g) 등이 식이섬유 함유량이 높았다. 한국식품영양재단 김숙희 교수는 “식이섬유는 채소, 과일, 곡류, 해조류 중 ‘거친’ 부분에 많다. 곡류 껍질이나 바나나나 귤 껍질 안쪽에 있는 실 같은 것들이 식이섬유 덩어리”라고 말했다.

식이섬유는 열에 의해 파괴되지 않으므로 삶거나 쪄도 별 문제는 없다. 식이섬유가 함유된 가공식품과 관련, 단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김우경 교수는 “이왕 과자나 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다면 식이섬유가 함유된 식품이 낫겠지만 식이섬유를 섭취할 목적으로 식이섬유가 함유된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設)”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식이섬유는 칼슘, 아연, 철분 등의 중요한 무기질과 결합하여 배설하므로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통 가공식품에는 하루 권장량의 5~20%의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다. 건강기능식품형태의 식이섬유제는 하루 권장량의 20% 이상이 들어 있는데, 1일 1~3회까지 섭취할 수 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그러나 수분이 충분히 함유된 자연식품이 아닌 분말형태의 가공식품으로 식이섬유를 섭취한다면 충분한 수분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식이섬유는 장에서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리므로 수분섭취가 충분하지 않다면 오히려 변이 딱딱해져 배변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 모양을 살펴보세요

식이섬유가 부족한지 여부는 변의 양과 무게로 판단할 수 있다. 미국임상영양의학회지에 따르면 하루 평균 150g의 변을 봐야 한다. 변 양이 그 이하면 각종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했다면 장에서 박테리아 의해 분해돼 가스가 생겨 상대적으로 변이 조밀하지 않아 변기에서 물에 뜬다. 정리하면 하루 1회, 150g정도(바나나)의 배변을 보지 않고, 변이 작고 딱딱해 물에 가라앉아 있다면 식이섬유가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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