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잊힌 존재들]②잔업은 기본, 당일도 근무…"가족과 명절 보내는 게 꿈이죠"

택배기사 "명절 앞두고 물량↑…하루 500개 쏟아질 때도"
마트 직원 "마트 노동자에게 명절은 지옥"
  • 등록 2019-02-02 오전 8:17:00

    수정 2019-02-02 오전 8:17:00

설을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택배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택배 기사는 명절에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에요. 연휴 전부터 바빠지는 건 당연하고 연휴 동안에도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등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으니 연휴가 지나고 물량이 쌓였을 생각에 걱정부터 듭니다.”

17년 차 택배기사 황정수(48·가명)씨는 명절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쏟아지는 택배 물량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때문이다. 황씨는 “업계 특성상 명절에 바쁜 것을 피할 순 없겠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업무량에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택배노동자 “많게는 하루 3~4시간씩 초과 근무”

황씨와 같은 택배노동자는 남들이 쉬는 명절에 유난히 바쁜 대표적인 직업이다. 업체와 지역별로 조금 다를 순 있겠지만, 황씨가 근무하는 경기 지역 우체국은 연휴 2주 전부터 택배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직전 주에는 물량이 평소의 2배에 달한다. 인력은 평소와 마찬가지인데 배달해야 할 물량이 급증하다 보니 초과 근무는 기본이다. 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명절 2주 전부터 하루에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3~4시간씩 초과 근무를 한다. 더욱이 명절 선물의 특성 탓에 기본적인 업무 강도도 더 높은 것이 현실이다.

황씨는 “이번 설을 앞두고도 지난달 말에 하루에 500개가 넘는 물량을 감당해야 하는 집배원도 있었다”며 “문 앞에 택배를 던져놓으면서 다닌다고 해도 하루 안에 끝낼 수 없는 양이라 초과 근무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에서 일하는 택배기사 김종운(37·가명)씨도 “명절 택배 중에선 과일이나 선물세트처럼 무게가 나가는 것들이 많아 물품을 구분하는 단계부터 평소보다 더 힘들다”며 “이런 식의 초과 근무가 명절 1~2주 전부터 시작돼 연휴가 끝나고 2~3일 정도까지 지속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 모습. (사진=연합뉴스)


마트노동자 “명절은 지옥…가족 만나기도 어려워”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이들도 명절이 기다려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선물세트는 물론이고 제사에 필요한 용품과 음식 등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명절 당일에 문을 여는 경우도 많아 가족을 만나거나 쉬기는커녕 평소처럼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다.홈플러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고향에서 가족을 만나기는커녕 하루 쉬기도 어렵고 모두가 바쁜 만큼 선뜻 휴가를 쓰는 것도 꿈꿀 수 없다”며 “마트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지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휴가 끝난 뒤에도 남은 제품을 반품하고 명절 분위기에 맞춰 꾸민 매장을 다시 원상복귀시키는 것 역시 마트 근무자의 몫이다. 또한 최근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없어지는 추세긴 하지만, 일부 마트에서는 미처 판매하지 못한 설 선물세트를 직원에게 판매하라고 압박하는 일은 공공연한 일 중 하나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전모(51)씨는 “예전에는 알게 모르게 외부 판촉 압박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마트산업노조가 지난해 10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1만 136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근무자의 쉴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의무휴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2.6%로 가장 높았다. 경남 지역의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김모(58)씨는 “마트에서 일한 지가 어느덧 4년이 됐는데 설이나 추석에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며 “가족들과 여유롭게 명절을 즐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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