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대 교통사고 오명.. 운전교육 기회는 없다

1만대당 사고 건수 31개국 중 1위.. 불법기관 판쳐
"車업계 운전교육 인프라 확충 직접 나서야" 지적도
  • 등록 2014-02-16 오후 2:38:07

    수정 2014-02-20 오후 4:15:53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직장인 김자영(가명·33세)씨는 최근 친척으로부터 차를 공짜로 물려받게 됐으나 결국 포기했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10년 넘게 운전을 안 해본 ‘장롱면허’였다. 그렇다고 운전을 배울마땅할 곳도 없었다. 김씨는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가격만 비싸고 평판이 좋지 않아 관뒀다”고 했다.

운전을 배울 곳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자 세계 10위의 자동차 보유국이나 운전교육을 비롯한 자동차 문화는 이에 따르지 못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초 경기도 인근에서 연 초보운전 교육 프로그램 ‘김여사 탈출기’ 참가자들이 주차 교육을 받는 모습. 선진국 수준의 자동차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선 정부와 제조사의 이런 교육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형욱 기자
국내 여건상 대부분의 운전교육이 면허 취득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 가입되지 않은 무허가 업체가 판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무허가·무등록 운전교습 업체 적발 건수가 439건이었다. 허가된 운전교육 학원(448개)와 거의 비슷한 숫자다. 정부도 도로교통공단을 통해 면허취소자나 고령자 등에 대해 운전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1년 운전면허 간소화로 그나마 운전면허 취득 중 안전교육을 받을 기회도 줄었다. 2012년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2826만명으로 전체 인구(5000만명) 중 절반 이상이다. 사실상 운전이 가능한 대부분이 운전면허를 가진 셈이다. 물론 실제 운전능력과는 차이가 있다.
OECD 국가별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2011년). 한국도로교통공단 제공
그만큼 교통사고도 빈번하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사고 건수는 101.2건(2011년 기준)으로 OECD 26개국 중 가장 많았다. OECD회원국 평균(54.7건)의 약 2배다. 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12조원이 넘는다.

특히 초보운전자의 사고 빈도가 높다. 운전경력이 파악된 2012년의 교통사고 39만건 중 운전경력 2년 미만이 낸 사고는 12만건으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집계할 수 없는 ‘장롱면허’ 초보운전자를 포함하면 실제 운전미숙 사고는 이보다 많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운영하고 있는 운전교육시설 모빌리타 모습. 한국도요타 제공
이런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개선하려면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국내 제조사가 국내 안전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미국의 포드, 독일의 폭스바겐, BMW, 프랑스 르노 등은 자국민을 위한 별도의 안전운전 교육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1987년부터 ‘도요타 드라이버 커뮤니케이션(TDC)’란 이름의 비영리 사회공헌 법인을 만들고 개인·단체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6년에는 별도의 운전교육시설 ‘모빌리타(Mobilitas)’를 짓기도 했다. 제조사의 이런 노력은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함께 실제 운전자 확대에 따른 판매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제조사의 활동에 힘입어 ‘최고의 교통안전국가 만들기’라는 비전으로 오는 2015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5507명·2011년)의 약 절반인 3000명 이내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반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평균 수준 도달’이 목표다.

현대·기아자동차, 르노삼성 등 국내 자동차 회사도 수년 전부터 정부 관계기관과 손잡고 어린이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으나 아직 운전자를 위한 직접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현대차(005380)가 지난해부터 연 5~6회 시행하고 있는 ‘김여사 탈출기’나 쌍용차(003620)가 연 1~2회 여는 ‘드라이빙 스쿨’이 사실상 전부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속성장기를 거치며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안전을 위한 성숙한 운전 문화는 미흡한 게 현실”이라며 “해외 사례처럼 자동차 회사들이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하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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