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련 파생상품 뿐만이 아닌 현물 평가손까지 구제, 조선사나 `키코(KIKO)` 거래기업 등 특정 업종이 아닌 모든 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로 했다.
이는 `전 업종 확대 검토는 안한다`던 당국의 기존 입장에서 전격 선회한 것으로, 빨리 기업 애로를 덜어준다는 취지로 연내 속전속결 처리할 방침이다.
5일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많은 기업이 원화가치 급락으로 인해 장부상 적자를 기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 관계자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애로는 해운과 항공 등 일부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업종의 문제라고 인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적자전환 위기에 몰려 있다. 대출받은 시점보다 환율이 2배 이상 급등하면서 대규모 외화환산손실(평가손)이 나게 된 것.
해운항공 역시 대표적인 피해업종이다. 달러부채가 크게 늘어 영업을 잘 하고도 적자 기업으로 전환되자 업계는 달러 부채의 일부는 장부상, 나머지는 주석에 기재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시중은행도 이같은 회계특례 요구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이 외화대출을 내준 기업이 외화환산손실로 적자전환 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출을 축소하거나 회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 등급이 낮아진 만큼 은행도 이에 대해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해서 BIS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키코 피해 손실을 회계처리할 때 비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주석으로 할 수 있도록 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 업종과 분야를 막론하고 환율 급등으로 인한 `회계대란`이 예상되자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회계특례를 상장 기업 및 모든 업종으로 확대키로 했다.
기존 조치는 그 대상이 환관련 파생상품의 평가손익이 대한 것으로 한정됐으나, 이번에는 파생상품이 아닌 현물 외화자산과 부채에 대해 폭넓게 적용된다는 점이 다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환율로 인한 기업들의 고통은 지금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라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 및 정합성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 등과 논의했으며 금융위 직권으로 가급적 신속히 기업들이 이같은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방식은 환 평가손익의 일부를 장부상이 아닌 주석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외화대출 평가손을 이연자산(부채)으로 잡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평가손을 이연자산으로 잡으면, 예를 들어 10년만기로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이 100억원의 평가손을 봤다면 10년 동안 나눠서 손실을 반영하는 것 등이 허용된다.